Monday, July 14, 2008

ThinkFree

4. Comparing Thinkfree online service for iPhone to iZoho continued

Is it possible to open PDF files in addition to office documents?
The answer is of course “Yes”. First Thinkfree online service for iPhone supports a file page to file enlargement.
Especially, the fonts which are unsupported in iPod Touch for the PDF file can be rendered flawlessly providing a clean and crisp view in our Thinkfree online service for iPhone

Lets verify if Microsoft Office 2007 file format can be supported.
The locations of fonts are slightly off but overall Microsoft Office 2007 files when opened in the Thinkfree online service for iPhone have retained most of its original font shapes. Let us not forget that Zoho doesn’t even support Microsoft Office 2007 PPTX file format.

What kinds of benefit are being provided to iPod users?

Frankly it is too cumbersome to log in from a mobile device like iPod Touch.

It neither provides the convenience which comes with a larger keyboard common to desktop PC nor helps in seeing mobile devices getting smaller and smaller into the palm of your hand.

For the obvious reason, it is all the more important to store the user name and password so there isn’t a redundant sign-in next time. Both Thinkfree’s online service for the iPhone and iZoho provide this function but there is a notable distinction. Let us explore the differences from the screens below.

iThinkFree Log-In Screen

iZoho log-In Screen

Can you see the difference?
Just by glancing at it will show that there is a difference in distance between the log in button and the ‘remember me’ check button.

In iZoho’s case, the ‘remember me’ button is located too close to the point where an unintentional log in could happen rather than to let its service to remember user id and passwords. Eventually this may lead to forcing users to type again.

However, Thinkfree’s online service for the iPhone ‘remember me’ button is situated in a reasonable distance to the log in button and this prevents or reduces the likelihood of user errors when due to tapping the wrong button by mistake.

In Summary:
The two contenders in online office space have both brought the letter “I” to the world of Apple mania. Through this review, we hope to provide a meaningful insight into making a convenient choice for the document conversion and user interface in iPod Touch.

Please visit our website, if you need more detailed information about iPhone and the iPod Touch demo service

http://labs.thinkfree.com/en/projects/guu

Try the new demo service for the iPhone and the iPod Touch at

http://demo.thinkfree.com/guu/

Sunday, July 13, 2008

[ThinkFree]1. ThinkFree Office iPhone, Ipod Touch review

1. ThinkFree Office iPhone, Ipod Touch reviewWe had asked the winners of the UCC contest that we held to give us a brief review about their experience using ThinkFree Office on their Ipod Touch.

Here is what one of our winners had submitted to us.

A. “Logging in can be a little time consuming when trying to enter your userID and password using the small keyboard on the itouch. The ‘Remember me’ option helps, but if you login somewhere else, you have to type the information all over again. “



B. “Once I was logged in to my ThinkFree account, everything flowed nicely. The first thing you see is all your list of files and folders.”



C. “Once you click on a document, it opens up on a 2nd screen which allows you to navigate back to your menu to see your other documents. Opening several documents displays each document as a smaller size allowing you to get a glimpse of each file.”



Here is a video that the user also submitted to us.



Please visit our website, if you need more detailed information about iPhone and the iPod Touch demo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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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emo.thinkfree.com/guu/

[ThinkFree]1. ThinkFree Office iPhone, Ipod Touch review

1. ThinkFree Office iPhone, Ipod Touch reviewWe had asked the winners of the UCC contest that we held to give us a brief review about their experience using ThinkFree Office on their Ipod Touch.

Here is what one of our winners had submitted to us.

A. “Logging in can be a little time consuming when trying to enter your userID and password using the small keyboard on the itouch. The ‘Remember me’ option helps, but if you login somewhere else, you have to type the information all over again. “



B. “Once I was logged in to my ThinkFree account, everything flowed nicely. The first thing you see is all your list of files and folders.”



C. “Once you click on a document, it opens up on a 2nd screen which allows you to navigate back to your menu to see your other documents. Opening several documents displays each document as a smaller size allowing you to get a glimpse of each file.”



Here is a video that the user also submitted to us.



Please visit our website, if you need more detailed information about iPhone and the iPod Touch demo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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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uly 07, 2008

FORREST3

포레스트 3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전3권 중 제3권


윈스턴 그룸 저

정성호 역


포레스트 3

16.

빅 샘의 부족들을 모두 요리한 피그미들은 우리를 마치 돼지처럼 기다란
막대기에 끼워 둘러메고 정글 속으로 갔다.
"우리를 어떻게 하려는 것 같아?" 프리치 소령이 내게 외쳤다.
"몰라요, 그리고 관심도 없고." 나는 맞받아 소리쳤다. 그것은 나의
진심이었다. 이 모든 일에 이제 넌더리가 났다. 참는 데도 한도가 있지.
어쨌거나 한 이틀 뒤에 우리는 피그미들의 마을에 도착했다. 정글 안의
공터에는 당연히 아주 조그만 오두막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들은 공터의 한 가운데에 피그미들이 모여있는 한 오두막 앞에까지
우리를 메고 갔다. 그곳에는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치아가 하나도 없는
자그마한 늙은이가 마치 아기처럼 높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가 피그미들의 왕쯤 되나보다고 생각했다.
피그미들은 우리를 바닥에 내려놓고 결박을 풀어 주었다. 우리는 일어서서
먼지를 털었다. 그러자 피그미들의 왕이 무언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지껄이더니 의자에서 내려와 곧바로 수에게로 가서는 사타구니를 걷어
찼다.
"왜 저러는 거죠?"
나는 프리치 소령과 살면서 약간의 영어를 말할 줄 알게 된 그룩에게
물었다.
"원숭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아보려는 거야." 그룩이 말했다.
그걸 알아보는 데는 좀더 나은 방법이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나서 왕은 내게 와서는 또 다시 예의 그 알아듣지 못할 말로
---아마도 피그멜리언인가 뭐 그런 것일 것이다--- 지껄이기 시작했다.
나는 사타구니를 걷어 채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룩이
말했다.
"왜 그 끔찍한 식인종들과 살고 있었는지 알고 싶다."
"우리가 원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고 말해." 프리치 소령이 소리높여
말했다.
"좋은 생각이 있어요." 나는 말했다.
"그에게 우리가 미국의 음악가들이라고 말해요."
그룩이 왕에게 말하자 왕은 우리를 뚫어져라고 보더니 그룩에게 무언가를
물었다.
"뭐라는 거야? " 프리치 소령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원숭이가 무슨 악기를 연주하는지 묻는군." 그룩이 말했다.
"창을 연주한다고 말해요."
내가 말했다. 그룩이 그렇게 말하자 피그미들의 왕이 우리의 연주를 듣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나는 하모니카를 꺼내어, '캠프타운의 경주'를 연주했다. 피그미들의 왕이
잠시 귀를 기울여 듣더니 손뻑을 치며 마치 클로그 댄스(나막신 소리에
맞추어 추는 춤) 같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내가 연주를 끝내자 그는
프리치 소령과 그룩은 무슨 악기를 다루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룩에게 프리치 소령은 칼을 연주하지만 그룩은 매니저라서 아무런
악기도 다루지 않는다고 말하라고 했다.
피그미들의 왕은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칼이나 창을 연주한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지만 어쨌든 수에게 창을 주고 프리치
소령에게는 칼을 주라고 하면서 어떤 종류의 음악이 나올지 들어보자고
했다.
창과 칼을 손에 쥐자마자 나는 말했다.
"좋아, 지금이야!"
그러자 수가 창으로 피그미의 왕의 머리를 한 대 내리쳤고 프리치 소령은
피그미들을 칼로 위협하며 우리는 정글로 뛰었다. 우리들 뒤를 피그미들이
추격해 왔다.

피그미들은 뒤쪽에서 돌맹이를 던지고 활을 쏘고 블로우건으로 화살을
쏘는 등 온갖 짓을 다 했다. 갑자기 우리 앞에 강둑이 나타나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면서 피그미들과의 거리는 점차 좁혀졌다. 강에 뛰어들어
헤엄쳐 건너려는 순간 강 반대편에서 라이플 총성이 울려 퍼졌다.
피그미들은 이제 우리 바로 뒤에까지 와 있었으나 다시 한 번 총성이
울리자 정글 속으로 달아나 버렸다. 우리는 강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야전잠바를 입고 마치 정글의 라마에서 본 듯한 하얀 헬멧을 쓴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카누에 올라 타고 우리 쪽으로 노를 저어 왔다. 그들과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나는 그들중 하나의 헬멧에 NASA라고 찍혀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마침내 구조된 것이었다.
카누가 우리 쪽에 와 닿자 NASA라고 찍힌 헬멧을 쓴 사람이 내려서 우리를
향해 왔다. 그는 수 앞에 서더니 손을 내밀며 "검프 씨이시지요?"라고
말했다.
"멍청한 사람들 같으니라구, 대체 어디갔다 이제 오는 거야?" 프리치
소령이 냅다 소리를 질렀다.
"망할놈의 정글에 자그만치 4년 씩이나 갇혀 있었다구!"
"죄송합니다, 소령님." 그가 말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일에는 순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어쨌거나, 마침내 우리는 죽음보다 고약한 악운에서 구조되었으며 그들은
우리를 카누에 태워 강 하류 쪽으로 노를 저어 가기 시작했다. 우리를
구조해준 사람들 중 하나가 말했다.
"자 여러분, 이제 저 모퉁이만 돌아가면 문명 세계입니다. 아마도
당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잡지사에다 팔아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을
겁니다."
"카누를 멈추어!"
갑자기 프리치 소령이 외쳤다. 그들은 이상하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았으나
카누를 강둑에 갖다 댔다.
"나는 결심했어."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생전 처음 진정으로 나를 이해하는 남자를 만났는데 그를 놓칠수는 없어.
거의 4년 동안 그룩과 나는 이땅에서 행복하게 살아 왔어. 그러므로 나는
그와 함께 이곳에 머물겠어. 우리는 정글로 돌아가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아이도 낳아 영원히 행복하게 살겠다구."
"그렇지만 이 남자는 식인종인데."
구조원들 중 하나가 말했다.
"그건 댁이 걱정할 일이 아니지."
프리치 소령이 말했다. 그리고 그녀와 그룩은 카누에서 내려 손에 손을
잡고 다시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정글 속으로 모습을 감추기 전에 프리치
소령이 몸을 돌려 수와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카누의 끝 쪽을 바라 보았다. 그곳에 수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앉아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요."
나는 구조원들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뒤쪽으로 가 수의 옆에 앉아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것으로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있었다. 그는 내 어깨를 잡고 힘차게
포옹을 하고는 배에서 뛰어 내려 강가의 나무 위로 달려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는 덩굴을 잡고 그네를 타듯 정글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NASA 소속의 사나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소? 친구들을 따라 갈 겁니까?"
나는 잠시 정글쪽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니, 아니요."
그리고는 편안하게 자리잡고 앉았다. 그들이 노를 저어가고 있는 동안
잠시 나도 따라가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다른 할 일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나를 비행기에 태워 미국으로 데리고 가면서 나를 위한 성대한
귀국 환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에도 한번, 들은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정말로 워싱턴에 내리자 적어도 백만 명은 되어 보이는 군중들이
나와서 마치 나를 보아 기쁘다는 듯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커다란 까만 승용차의 뒷좌석에 나를 태워 시내로 들어가면서
대통령을 만나러 백악관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래, 그곳에도 가본 적이
있었지.
백악관에 도착했을 때 나는 전에 내게 아침 식사를 주고, <비벌리
힐리빌리>를 보게 해준 대통령이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새 대통령이었다. 새 대통령은 머리를 뒤로 싹 빗어 넘기고 통통한 뺨에
마치 피노키오 것 같은 코를 하고 있었다.
"자, 그런데," 대통령이 말했다.
"여행은 즐거웠소?"
대통령 곁에 서 있던 양복 차림의 남자가 몸을 숙여 뭐라고 귓속말을 하자
갑자기 대통령이 말했다.
"아니 내 말은 그 끔찍한 정글에서 탈출을 해서 얼마나 좋으냐는 뜻이오."
양복 입은 남자가 대통령에게 무언가 다시 속삭이자 대통령이 내게
말했다.
"참, 당신의 동료는 어떻게 되었소?"
"수 말인가요?" 내가 말했다.
"그게 그녀의 이름이었던가?"
대통령은 손에 쥔 조그만 카드를 들여다 보았다.
"여기에는 쟈네트 프리치 소령이라고 써 있는데, 그리고 당신을 구조하는
동안 그녀는 식인종에게 끌려 정글 속으로 사라졌다고 되어 있군."
"어디에 그렇게 쓰여있나요?" 내가 물었다.
"바로 여기에." 대통령이 대답했다.
"그렇지 않은데요." 내가 말했다.
"내가 거짓말쟁이라는 말인가?" 대통령이 말했다.
"그저 일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나는 말했다.
"이것 보게." 대통령이 말했다.
"나는 자네의 최고 사령관이야. 나는 사기꾼이 아니라고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대단히 죄송합니다." 나는 말했다.
"그러나 프리치 소령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각하는 이를테면
그저 카드를 보고 읽기만----"
"테이프!" 대통령이 소리 질렀다.
"네?" 나는 말했다.
"아닙니다."
양복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이를테면 이라고 했지 테이프라는 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각하."
"테이프!" 대통령이 마구 소리를 질렀다.
"내 앞에서 다시는 그 단어를 쓰지 말라고 했지! 모두들 의리없는
공산주의 돼지새끼들이야."
대통령은 주먹으로 무릎을 내려쳤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것도 듣지 못해.
들었다해도 금방 잊어 버리든지 아니면 극비 사항이지."
"그렇지만, 대통령 각하." 양복 차림의 남자가 말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
"이제 자네까지 나를 거짓말장이라고 하는군." 대통령이 말했다.
"자네는 해고야."
"그렇지만 해고하실 수 없습니다."
양복 차림의 남자가 말했다.
"저는 부통령인걸요."
"안됐지만," 대통령이 말했다.
"최고 사령관을 거짓말쟁이라고 떠들고 다닌다면 대통령은 절대로
못해먹을걸."
"그렇겠지요. 옳은 말씀이십니다." 부통령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니 내가 미안하네." 대통령이 말했다.
"별 말씀을." 부통령이 손장난을 하며 말했다.
"허락하신다면 이제 가서 쉬를 좀 해야겠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들은 이야기중 가장 그럴듯한 말이로군." 대통령이
말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자네, 탁구를 치고 마오 주석의 생명을 구해준 바로 그 사람
아닌가?"
나는, "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대통령이 말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한 거지? "
나는 말했다. "익사 직전이었으니까요."
그러자 대통령이 말했다.
"구해주는 대신 그대로 물속에 처박았어야 하는건데. 어쨌든 이제는 다
역사의 한 부분이 되어 버렸지, 왜냐 하면, 자네가 정글에 있는 동안 그
개새끼가 죽어 버렸거든."
"텔레비전이 있으십니까?" 내가 물었다.
대통령이 웃긴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한대 있기는 한데 요즈음은 잘 보지 않아. 너무 안좋은
뉴스뿐이라서."
"<비벌리의 힐리빌리>를 보시나요?" 내가 물었다.
"아직 할 시간이 아니야." 그가 말했다.
"지금 시간에는 무얼 하지요?" 나는 물었다.
"<사실을 말하자면>이라는 프로인데 별로 재미없어. 헛소리들만 하거든."
그리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제 회의에 들어가보아야할 시간이라서...... 내가 문까지 배웅을
해주지."
현관앞 포치에 다다르자 대통령이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이보게, 시계 필요한가? "
내가 말했다, "네?" 그러자 그가 내곁으로 가까이 오더니 팔소매를 걷어
붙였다. 적어도 2,30개의 손목시계가 팔에 채워져 있었다.
"돈이 없습니다." 나는 말했다.
대통령이 팔소매를 다시 내리고는 내 등을 두드렸다.
"돈이 생기거든 한번 찾아 오게나. 그때 거래를 해보도록 하지. 좋겠지?"
그가 나와 악수를 하였고 한때의 사진 기자들이 몰려들어 우리의 모습을
찍었으며 그리고 나는 떠났다. 어쨌든 대통령은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그 말 만은 분명히 할 수 있다.
이제 나는 그들이 나를 어찌할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는데 오랫 동안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잠잠해지기까지 하루이틀이 걸렸으며 그동안 그들은 나를 호텔에
숙박시켰다. 그런데 어느 오후에 몇사람이 오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봐, 검프, 공짜 유람은 끝났어. 더 이상은 정부에서 돈을 쓰지 않을
거야. 그러니 이제부터 알아서 하게나."
"좋아요."
나는 말했다.
"그렇지만 집에 갈 여비라도 조금 주는게 어때요. 지금은 주머니가 좀
가벼운 상태라서."
"어림 없는 소리, 검프."
그들은 말했다.
"그 메달로 상원의원의 머리를 내리쳐 놓고도 감옥에 가지 않은걸
다행으로 알라구. 그때 자네를 구해준 것 만으로도 우리는 자네에게
커다란 선심을 쓴 거야.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는 손을 뗄 거야."
그래서 나는 호텔에서 나와야만 했다. 꾸려야할 짐이 하나도 없었으므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고 나는 그냥 길거리로 나왔다. 나는 그냥 걷다가
대통령이 사는 백악관 앞을 지나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얼굴을 본뜬 고무 가면을 쓰고 무슨 싸인을 들고 몰려
있었다. 나는 이렇게 모든 사람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면 대통령이
기분이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co 17.

그들은 내게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들 중 하나가 내가
호텔을 나서기 전에 1달러를 주었다. 나는 전화를 발견하자마자 내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엄마가 머물고 있는 구빈원으로 전화를
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수녀가, "검프부인은 이제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느냐고 내가 묻자 수녀는,
"몰라요. 어떤 개신교 신자하고 떠나 버렸어요." 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 적어도 엄마가 누군가와
달아나 더 이상 구빈원에서 살고 있지는 않으니 말이다. 엄마를 찾기는
해야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엄마는 틀림 없이 내가 집을 떠난 것에 대해 잔소리를 하고 야단법석을 떨
테니까 말이다.
비가 왔다. 쏟아지는 비를 피해 어느 집 차양 아래 서 있는데 누군가가
나와서 나에게 꺼지라고 했다. 나는 흠뻑 젖어 추위에 떨면서 워싱턴의
어떤 관공서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커다란 쓰레기비닐이 인도 중앙에 나와
앉아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내가 가까이 가자 그것은 마치 안에
무엇이라도 있는 듯 조금 움직였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발끝으로
그것을 조금 건드려 보았다. 갑자기 쓰레기비닐이 4피트나 뒤로
물러나면서 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저리 가지 못해!" 하고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그 안에 누구지?"
그러자 목소리가 대꾸했다.
"이건 내 환기통이야. 너는 다른데 가서 찾아봐."
"무슨 소리야?" 내가 말했다.
"내 환기통이라구." 목소리가 말했다.
"내 환기통에서 비켜."
"무슨 환기통?" 내가 물었다.
갑자기 비닐을 조금 올리며 어떤 남자의 머리가 나타나더니 마치 내가
멍청이라도 되는 것처럼 올려다 보는 것이었다.
"이 동네에 처음이야?" 그가 물었다.
"그런 편이지." 나는 대답했다.
"비를 피하려는 중이야."
비닐 아래의 그 남자는 매우 궁색해 보였으며 반쯤 까진 머리에 몇 달쯤
면도도 안한듯 보였으며 눈은 잔뜩 충혈되어 있었고 이빨도 거의 빠지고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말했다.
"글쎄, 잠시 동안 만이라면 괜찮겠지, 자 여기."
그는 접혀진 쓰레기비닐을 내게 내밀었다.
"이걸로 뭘 어쩌라고? " 내가 물었다.
"펼쳐서 그 아래로 들어가란 말이야, 이 바보야. 비를 피하려는 중이라고
했잖아."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다시 비닐을 뒤집어 썼다.
글쎄, 그가 하란대로 했더니, 솔직히 말해 괜찮았다. 환기통 위로 뜨거운
공기가 나와 비닐안은 따뜻하고 아늑했으며 비도 가려 주었다. 우리는
비닐을 둘러쓰고 환기통 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잠시 뒤에 그가 내게
말했다.
"그런데 이름이 뭐지?"
"포레스트." 내가 말했다.
"그래? 포레스트란 사람을 전에 알았었지. 오래 전에."
"당신 이름이 뭐야?" 나는 물었다.
"댄." 그가 대답했다.
"댄? 댄 --- 이봐, 잠깐." 내가 말했다. 나는 쓰레기 비닐을 벗어
버리고는 그 남자의 것을 벗겨 보았다, 그였다! 다리가 없이 그는
롤러스케이트의 바퀴를 바닥에 단 조그만 나무수레에 앉아 있었다.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의 모습은 많이 변해 있었다. 그러나 그였다. 바로 댄
소위였다!

육군병원에서 퇴원하고 그는 코네티컷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역사를
가르치고자 했다. 그러나 역사과목은 빈 자리가 없어 그는 수학을 맡게
되었다. 그는 수학을 싫어했으며 게다가 교실마저 2층에 위치하고 있어
다리가 없는 그로서는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그의 아내는
뉴욕에 살고 있는 TV제작자와 눈이 맞아 그에게 '성격 차이'라는 이유로
이혼 소송을 걸어왔다.
그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직장에서 쫓겨 났으며 얼마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도둑이 들어 모든 것을 훔쳐갔으며 병원에서 준 인조 다리는
크기가 맞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후 몇년간을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부랑자처럼
생활했다고 한다. 매달 장애연금을 받고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그는
그것을 다른 부랑자들에게 주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모르겠어, 포레스트." 그는 말했다.
"그저 죽을 날 만을 기다리며 사는거지 뭐."
댄은 내게 몇달러를 주면서 모퉁이 가게에 가서 레드 대거포도주 두 병을
사 오라고 했다. 나는 포도주는 한 병만 사고 남은 돈으로 샌드위치를
하나 샀다. 하루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자, 이 친구야."
댄이 포도주를 반 병이나 비우고는 말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봐."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중국에 가서 탁구를 친 이야기, 제니
커란을 다시 만난 이야기. 깨어진 달걀이라는 밴드의 일원으로 평화
시위에서 연주를 하다가 메달을 집어 던져 감옥에 갔었던 이야기를 했다.
"그래, 그건 나도 생각나. 그때 나는 아직도 병원에 있었지. 직접
갈까하는 생각도 하긴 했었어. 그렇지만 나는 메달을 집어 던지기까지는
하지 않았을 거야. 이것좀 봐." 그는 말했다, 그가 쟈켓의 단추를 열자
셔츠에 달려있는 메달들 --- 명예 전상장, 은성훈장등--- 적어도 열 두어
개는 되는 메달들이 보였다.
"이것들은 내게 무언가를 상기시켜 주지." 그는 말했다.
"무엇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 물론 전쟁을 상기시켜주지만 그건
일부분에 불과해, 포레스트, 나는 잃은 것이 많아. 내 다리 이상의 그
무엇, 굳이 말한다면 내 영혼, 또는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내
영혼이 있었던 자리는 이제 텅 비어 메달들만 달려있을 뿐이야."
"그렇지만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연의 법칙'은 어떻게 된거야?"
나는 그에게 물었다.
"모든 일은 '계획되어' 있으며 우리는 단지 그 틀에 맞추어진 것 뿐이라는
것 말이야? "
"개똥같은 소리!" 그는 말했다,
"그건 그저 철학적인 헛소리에 불과해."
"그렇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 나는 그것을 지표로 삼아 살았는걸.
나는 '물결'따라 살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어. 옳은 일을 하면서
말이야."
"글쎄, 너 한테는 그 개똥 철학이 잘 맞는가 보지, 포레스트. 나도
처음에는 제대로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었어, 그러나 나를 봐, 나를 좀
보라구." 그는 말했다.
"내가 어디에 쓸모가 있나. 나는 그저 다리 없는 병신일 뿐이야, 떠돌이
알콜 중독자, 35살된 부랑자라구."
"그것보다 더 나쁠 수도 있어." 내가 말했다.
"그래? 얼마나 더?" 그는 말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나는 내
이야기를 계속했다. 정신병원에 갇혔다가 로켓트에 태워져 쏘아
올려졌다가 식인종 부락에 불시착한 이야기와 수와 프리치 소령과
피그미들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었다.
"세상에 맙소사! 포레스트, 이 친구야. 정말 대단한 모험을 했군."
댄이 말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쓰레기비닐을 뒤집어 쓰고 나와 함께 환기통 위에
앉아있게 된 거지?"
"모르겠어." 나는 말했다.
"그렇지만 오래있을 생각은 아니야."
"어쩔려구? "
"이 비가 멈추면" 나는 말했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제니 커란을 찾아가 볼 생각이야."
"어디에 있는데? "
"몰라." 나는 말했다.
"그렇지만 알아 낼 거야."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가 말했다.
나는 댄을 돌아다 보았다. 덥수룩한 수염 뒤로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그라는 느낌이 들었으나 아무렴 어떠랴.

비가 그치지 않았으므로 댄과 나는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간이 숙박소로
갔다. 댄은 우리의 저녁값으로 한 사람당 50센트와 침대 사용료로
한사람당 25센트씩을 냈다. 설교인가 무언가를 들으면 저녁은 공짜로 먹을
수 있었지만 댄은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세상이 이렇고 저렇다 라고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비를 맞으며 자겠느라고 하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댄이 꾸어준 1달러를 가지고 나는 전에 깨어진 달걀에서
드럼을 연주하던 모스에게 보스톤으로 전화를 했다. 그는 아직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으며 내 전화를 받고는 무척 놀라워 했다.
"포레스트 ---믿을 수가 없군!" 모스가 말했다.
"영영 사라져 버린줄 알았지."
깨어진 달걀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고 그는 말했다. 피블스타인씨가
그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던 돈은 무슨 비용으론가 한푼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고 두 번째 레코드를 낸 이후로는 더 이상 아무도 계약을
하자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모스의 말로는 사람들이 새로운 종류의 음악을--- 롤링 스톤즈인가
이글스인가 뭐 그런 사람들의 음악을--- 들으며 깨어진 달걀의 부원들은
대부분 어디론가 떠나 진짜 직업을 가졌다는 것이다.
제니에 관해서는 오랫 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모스는 말했다. 내가
체포되었던 그 워싱턴의 평화 시위에 갔다가 그녀는 그 후로 몇달을
깨어진 달걀과 함께 지냈으나 무언가 예전같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번은
무대 위에서 울음을 터뜨려 연주로 대신 해야만 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보드카를 마셔대고 공연에 늦게 나타나는 등 그들이 이제는
그녀에게 뭐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먼저 그만두어 버렸다고
모스는 이야기 해주었다.
자기 생각에는 그녀의 그런 행동이 나 때문인 것 같았으나 그녀는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고 모스는 말했다. 몇주일 후에 그녀는 시카고로
간다며 보스톤을 떠났고 그 이후로 5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그녀의 연락처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녀가 떠나기 전에
주고간 전화번호가 아직 있을 지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는 수화기를
내려 놓고 잠시 찾아 보더니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다. 그것 외에는,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어." 라는 말과 함께.
나는 그에게 잘있으라고 하고 혹시 보스톤에 갈 일이 있으면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아직도 하모니카 불어?" 모스가 물었다.
"그래, 가끔." 나는 말했다.

나는 댄에게 가서 다시 1달러를 꾸어서 시카고로 전화를 했다.
"제니 커란이라 제니?"
어떤 남자가 말했다.
"아, 그래. 기억이 나는군. 멋진 몸매를 갖고 있었지. 한참 되었는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압니까?"
"이곳을 떠나면서 인디아나폴리스로 간다고 했었는데. 알게 뭐요?
템퍼러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했었지 아마."
"어디요?"
"템퍼러. 타이어 공장 말이오. 자동차용 타이어를 만드는."
나는 그 남자에게 고맙다고 하고는 댄에게 돌아가 이야기했다.
"글쎄."
댄이 말했다.
"인디아나폴리스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가을에 볼만한 곳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어."
우리는 처음에는 히치하이킹을 하여 워싱턴을 벗어나려 했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 남자가 벽돌을 실은 트럭에 우리를 태워 시
경계까지는 데려다 주었으나 그 이후로는 아무도 우리를 태워주려하지
않았다. 우리의 꼴이 워낙 꼴볼견이라---- 자그마한 바퀴 달린 나무수레에
앉아있는 댄과 그 곁에 선 커다란 내 모습이 이상해서 그랬던 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댄이 돈은 충분하니 버스를 타고 가면 어떻겠냐고 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의 돈을 쓴다는 것이 별로 내키지는 않았으나 그가 가고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를 워싱턴 밖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인디아나폴리스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는 댄을 내
옆자리에 앉히고 그의 자그마한 나무수레를 윗 선반에 올려 놓았다. 가는
동안 내내 그는 레드 대거 포도주를 마셔대며 세상이 얼마나 똥같은 지를
이야기했다. 어쩌면 그가 옳을 지도 모른다. 나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그저 멍청이에 불과하니까.

버스는 우리를 인디아나폴리스 한가운데에다 내려 놓았다. 댄과 내가
길거리에 서서 앞으로 어떻게해야 할지 궁리하고 있는데 경찰이 오더니,
"길거리에서 어슬렁거리지 말아." 하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댄이 어떤 사람에게 템퍼러 타이어 회사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도시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얼마를 그렇게가자 더 이상 인도가 없어 댄이 나무수레를 밀고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한쪽 겨드랑이에 그를 들고 다른 한쪽에는
나무수레를 끼운 채 계속해서 나아갔다.
정오쯤 되었을 때, <템퍼러 타이어>라는 커다란 싸인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댄이 자기는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여
내가 혼자서 안으로 들어가니 어떤 여자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나는
제니 커란을 만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 여자는 명부를 들쳐 보더니
제니가 '리트레이드' 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곳은 직원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거기에 서서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여자가 말했다.
"잠시 후면 점심 시간이니까 건물 옆쪽으로 가 보지 그래요. 아마도 점심
먹으러 나올 거예요."
그래서 나는 그녀의 말대로 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 무리들 틈에 혼자서 나무 아래로
걸어가 종이 봉투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꺼내는 제니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바닥에 앉아있는 그녀의 뒤로 살그머니 걸어갔다. 그리고는 말했다.
"정말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네."
그녀는 올려다 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똑바로 앞만 쳐다보면서 말했다.
"포레스트, 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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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내 생애에 가장 행복한 재회였다고 말할 수 있다. 제니는 울면서
나를 끌어 안았고 나도 똑같이 했다, 옆의 사람들이 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서 있었다. 제니는 3시간만 있으면 일이 끝난다고 하면서 나와
댄에게 길 건너 술집에 가서 맥주라든가 무얼 마시면서 자기를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나서 함께 집에 가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술집에 갔고 댄은 레드 대거가 없었기 때문에 리플 포도주를
마셨는데, 댄을 리플이 더 좋은 '향기' 가 있어 좋다고 했다.
술집에는 다른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화살 던지기를 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탁자에 앉아 팔씨름도 했다, 아마도 술집에서 가장 팔씨름을
잘하는 듯한 덩치가 큰 남자가 있었는데 가끔씩 누군가가 와서 도전을
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는 것이었다. 내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한 번에
5달러나 10달러의 돈이 오고 갔다. 얼마 뒤에 댄이 내게 귀속말을 했다.
"포레스트, 저기 덩치 큰 놈하고 팔씨름해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모르겠다고 하자 댄이 말했다.
"자 여기 5달러가 있는데 네가 이기는 쪽에 걸겠어."
그래서 나는 그 남자에게 가서 말했다.
"당신하고 팔씨름을 한번 해볼 수 있을까요?"
그는 나를 올려다 보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래서 나는 자리에 앉았고 우리는 서로의 손을 움켜 잡았다. 누군가가
"시작!"
이라고 하면서 팔씨름이 시작되었다. 상대방은 마치 복숭아씨를 누려는
강아지처럼 낑낑거리고 힘을 썼으나 10초 만에 나는 그의 팔을 탁자 위에
눕혀 버렸다, 팔씨름에서 그를 이긴 것이었다.
모두들 우리 주위로 몰려와 영차영차 응원을 했는데 나는 댄이 소리를
질러가며 나를 응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진 사람은 기분은 좋지 않았으나 내게 5달러를 주고는 탁자에서 일어났다.
"팔 뒤꿈치가 미끄러졌어." 그는 말했다.
"그러나 다음 번에는 내가 이길 수 있어. 알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댄이 앉아있는 곳으로 돌아와 그에게 돈을 주었다. "포레스트"
그가 말했다.
"아주 쉽게 돈 버는 방법을 발견한 것 같은데."
나는 댄에게 달걀조림이 먹고싶은데 25센트만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내게 1달러를 주며 말했다.
"먹고 싶은 것은 마음대로 다 먹어, 포레스트. 이제 우리는 부자가 될
거야."

일을 끝내고 제니가 술집으로 와서 우리를 그녀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는 템퍼러 타이어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다. 아파트는 동물 인형같은 것들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으며,
침실 문에는 색색의 구슬로 만든 줄들이 달려 있었다. 우리는 식료품점에
가서 닭을 사 가지고 왔으며 제니가 나와 댄을 위하여 저녁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제니에게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얘기해
주었다.
그녀는 특히나 프리치 소령에 대해 궁금해 했는데 소령이 식인종과 함께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저으기 안심하는 듯한 눈치를 보였다. 지난
몇년간 그녀의 삶 역시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깨어진 달걀에서 나와 제니는 평화시위에서 만난 어떤 여자와 시카고로
갔다고 했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다 여러번 유치장에 잡혀
들어 갔으며 제니는 마침내 법정에 출두하는 일에 넌더리가 났으며 게다가
전과가 많아지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그녀는 15명 가량의 사람들과 함께 어떤 집에 살고 있었는데
그리 마음에 드는 사람들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속옷들도 입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변기의 물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들이
살고있는 곳을 역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한 남자와 아파트를 얻어
나가기로 결정했는데 그것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레스트."
그녀는 말했다.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지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왜냐
하면, 내 마음 속에는 네가 자리잡고 있었거든."
그녀는 자기 엄마에게 편지를 보내어 내가 어디에 잡혀 있는지 우리
엄마에게 물어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엄마는 우리 집이 다 불에
타 버리고 우리 엄마는 구빈원에 살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 왔다는데
제니가 그 편지를 받았을 때는 이미 우리 엄마는 개신교 신자와 함께
구빈원을 떠나 버린 다음이었던 것이다.
제니는 돈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에 타이어 회사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자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인디아나폴리스로 온 것이었다. 그때
쯤에 내가 로켓트를 타고 우주로 날아갈 거라는 사실을 텔레비전을 보고
알았으나 휴스턴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내 우주선이 충돌하는 것을 '공포에 질려' 텔리비전을 통해
보면서 내가 죽었으리라고 단념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그녀는 타이어 만드는 일로 시간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를 끌어 안았고 우리는 얼마 동안을 그냥 그렇게 있었다. 댄이
화장실로 들어가면서 쉬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가 화장실 안으로
사라지자 제니가 어떻게 소변을 보는지,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내게
물었다. 나는,
"아니, 전에도 하는걸 보았는데 혼자 할수 있어." 라고 말해 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두 베트남전 때문에 이 꼴이 된 거라구."
그 말에 대해서 뭐라고 이의를 제기할 것이 없었다. 다리 없는 남자가
자기 모자에다 쉬를 해서 변기에다 부어 버리는 것은 슬프고도 유감스러운
장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셋은 제니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다. 제니는 응접실 한쪽 구석에
댄을 위해 자그마한 매트리스를 깔아 주었고, 화장실 바닥에는 그가
모자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게 단지를 하나 갖다 놓았다. 매일 아침 그녀는
타이어 회사로 나가고 댄과 나는 집에서 빈둥거리며 있다가 제니의 직장
근처에 있는 자그마한 술집에 가서 제니가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우리가 그렇게 살기 시작한 첫째 주에 팔씨름에서 내게 졌던 그 남자가
5달러를 다시 딸 기회를 달라고 하기에 기회를 주었다. 그는 두세번
시도를 해보았으나 결국은 25달러를 잃었으며,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도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어서 한두 달이 지나자 그 동네뿐만 아니라 주위의 작은
마을들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댄과 나는 일 주일에 150에서
200달러는 너끈히 벌었다, 그견. 무척이나 신이 나는 일이었다.
게다가 술집 주인은 전국적인 대회를 열어 TV방송국에서도 찾아오게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일이 생기기 전에 내 인생을 확실하게 바꾸어
놓을 다른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하와이안 셔츠에 흰 양복을 입고 목에 금붙이를 주렁주렁 매단
한 남자가 술집에 들어왔다. 내가 팔씨름을 하고 있는 동안 바에 앉아
있던 그는 팔씨름이 끝나자 우리 탁자로 와서 앉았다.
"나는 마이크요."
그가 말했다.
"당신에 관해 이미 들어서 알고 있지."
댄이 무슨 이야기를 들었느냐고 묻자 그가 말했다.
"여기 이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세다는 얘기를 들었지."
"그래서?" 댄이 말하자 그가 말했다.
"여기서 째째하게 동전푼이나 만지지 말고 훨씬 많은 돈을 벌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가 가지고 있다고."
"어떻게?" 댄이 말했다
"레슬링을 하는 거지." 마이크가 말했다.
"그러나 이런 개미오줌같은 시시한 것이 아니라 정말 레슬링 말이야. 수백
수천의 유료 입장객 앞에서 링 안에서 하는 거야."
"누구와 레슬링을 하는데?" 댄이 물었다.
"누가 되었건" 마이크가 말했다.
"프로레슬러들---- 마스크 쓴 마블, 무적의 헐크, 매력적인 죠지, 더러운
맥스와인 등 고르기만 하라구. 잘하는 친구들은 1년에 10만에서
20만달러까지 벌어 들인다구. 우리가 이 친구를 잘 다듬어 내보내면 돼.
잡는 기술이라거나 하는 재주들을 가르치는 거야. 금방 스타가 될 것이
틀림 없어, 모두에게 돈을 산더미처럼 벌어 들이게 해줄 거야."
댄이 나를 보고는 말했다. "어떻게 생각해, 포레스트?"
"몰라." 내가 말했다.
"나는 고향에 돌아가서 새우사업이나 해볼까 생각중이었어."
"새우라고!" 마이크가 말했다.
"이 친구야, 이걸하면 새우잡는 것보다 50배는 더 돈을 벌 수 있어.
평생을 할 필요도 없고. 그저 몇년만 하면 평생을 놀고 먹을 돈을 모을수
있다구."
"제니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말했다.
"이봐." 마이크가 말했다.
"난 지금 일생일대의 기회를 주려고 이곳에 온 거야. 싫다면 싫다고 그래.
아무 말 않고 돌아갈 테니까."
"아니, 아니야." 댄이 말했다. 그리고는 내게 몸을 돌렸다.
"들어봐, 포레스트. 그럴듯 하지 않아? 내 생각에는 새우사업을 시작할
돈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은걸? "
"이렇게 하지." 마이크가 말했다.
"자네 친구도 함께 갈 수 있어. 매니저를 하면 되니까. 언제고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 둘 수도 있어. 어때? "
나는 일이분 가량 생각해 보았다. 그럴듯하게 들렸다. 그러나 이런 경우
항상 무슨 책략이 있게 마련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입을 벌려,
"좋아."
라고 운명의 말을 내뱉었다.

자아, 그렇게하여 나는 프로 레슬러가 되었다. 마이크는 인디아나폴리스
중심가의 체육관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매일 댄과 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가 레슬링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아무도 다치지는 않으면서 관중들이 보기에는 정말로
다치는 것 같아야 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들은 온갖 것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 목누르기, 휘두르다 던지기,
보스턴 크랩, 말뚝박기, 팔 비틀어 꺾기 등을 배웠다. 또한 그들은 댄에게
어떻게 심판에게 소리지르고 외쳐 효과적으로 관중들을 선동할 수
있는지까지 가르쳐 주었다.
제니는 내가 다칠 지도 모른다며 레슬링에 뛰어든 것을 별로 탐탁치 않게
여겼다. 내가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고, 그저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자 그녀는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하러 하는 거지?"
좋은 질문이었으나 나는 대답할만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돈을 벌게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루는 그들이 나에게 '배치기'를 가르치게 되었는데 그건 내가 허공을
날아 누군가의 위로 떨어지는 것으로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가 몸을 굴려
옆으로 비켜나고 나는 바닥에 배부터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계속 망치기만 했다. 두세 번인가를 바닥에
있는 사람이 몸을 굴려 피하기도 전에 그 위로 떨어진 것이었다.
마침내 마이크가 링으로 올라와서 말했다.
"맙소사, 포레스트, 도대체 뭐야. 멍청인가? 그렇게하면 밑에 사람이
다치잖아 황소만큼이나 큰 몸집으로 그렇게 깔아뭉개면!"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래, 나는 멍청이야,"
그러자 마이크가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자 댄이 마이크더러 잠깐 가까이 오라고 해서는 무언가를 설명하는 듯
했다. 그러자 마이크가 말했다.
"세상에! 지금 농담하는거지?"
댄이 고개를 저었다. 마이크가 나를 보고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말했다.
"글쎄, 세상에는 별의 별 놈이 다 있다니까."
어쨌든, 한 시간 쯤 뒤에 마이크가 사무실에서 뛰어 나오더니 나와 댄이
있는 링으로 달려왔다.
"됐어!"
그가 소리쳤다.
"됐다니 뭐가? "
댄이 물었다.
"이름 말이야! 포레스트가 링에서 사용할 이름이 방금 떠올랐단 말이야."
"무슨 이름을 쓸 건데?" 댄이 물었다.
"던스(열등생, 저능아)!" 마이크가 말했다.
"기저귀를 채우고 머리에는 커다란 고깔 모자를 씌우는 거야. 관중들이
좋아할걸."
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
그가 말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걸. 그를 바보로 만들려고 그러는 것처럼
들리는데."
"관중용일 뿐이야." 마이크가 말했다.
"남보다 튀어야 하잖아, 대 스타들은 모두 다그렇게 한다구. <던스>보다
더 좋은 이름 아는 것 있어?"
"스페이스맨이라고 하면 어떨까?" 댄이 말했다. "그럴듯 하잖아. 프라스틱
헬멧을 쓰고 안테나라도 달면 될 것 같은데."
"스페이스맨은 벌써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야," 마이크가
말했다.
"여하튼 그 이름은 마음에 안 들어."
댄이 말했다, 그가 나를 보고 물었다.
"포레스트, 네 생각은 어때? "
"난 상관 없어." 내가 말했다.

일은 그렇게 된 것이었다, 여러 달 동안의 훈련을 거쳐 마침내 나는
레슬러로서 데뷔하게 되었다. 경기 전날 마이크가 기저귀와 커다란 검정색
고깔 모자가 들어있는 상자를 가지고 체육관으로 들어왔다.
그는 내일 12시까지 체육관으로 오라고 말했다. 내 첫 번째 레슬링 경기가
열릴 먼시까지 함께 차를 타고 가자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제니가 일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기저귀를 하고 고깔 모자를 쓰고는 응접실로 나왔다, 댄은 나무수레위에
올라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제니는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그들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포레스트! 대체 그게 뭐야?" 제니가 말했다.
"그의 의상이야." 댄이 말했다.
"바보처럼 보이잖아." 제니가 말했다.
"이렇게 생각해 봐." 댄이 말했다.
"그러니까 그가 무슨 연극을 하는 거라고 말이야."
"그래도 바보처럼 보이기는 마찬가지야." 제니가 말했다.
"도대체 믿을 수가 없어. 저렇게 입고 관중들 앞에 나서게 하다니."
"돈을 벌기 위해서야." 댄이 말했다,
"<야채>라는 이름의 레슬러가 있는데 그는 순무 이파리 모양의 옷을 입고
머리에는 속을 파낸 수박을 뒤집어 쓴다구, 보기 위해서 수박에 조그만
구멍을 내어 놓고 말이야. 또 다른 어떤 레슬러는 <요정>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등에다는 날개를 달았고 가늘고 긴 막대기를 들고
나타나지. 적어도 300파운드는 되는 사람인데 볼만 하다구."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건 관심 없어."
제니가 말했다.
"이건 정말 마음에 안 들어, 포레스트, 가서 당장 그 옷을 벗어."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내 의상을 벗었다. 제니가 옳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먹고 살아야 하는걸. 어쨌거나 내가 내일 저녁
먼시에서 레슬링할 녀석의 의상만큼이나 보기 흉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터드>라고 자신을 부르는데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착용하는데 마치
똥덩어리같은 색이었다. 그에게서 어떤 냄새가 날지는 다가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co 19.

먼시에서 열리는 시합은 내가 터드에게 묵사발이 되는 것으로 각본이 되어
있었다.
먼시로 가면서 마이크가 그같은 사실을 내게 이야기 해주었다. 터드가
나보다 '선배'이기 때문에 이겨야 하는 것이고 나는 이번이 첫경기이기
때문에 지게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마이크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처음부터 숨기는 것 없이, 그래서 내가 무슨 유감이라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건 말도 안돼." 제니가 말했다.
"<터드>한테 지게 되어있다는 말이야?"
"누가 져주어야 이길 수 있는 실력인가보지."
댄이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고 말했다.
"명심해, 포레스트" 마이크가 말했다.
"그저 쇼니까. 너무 흥분하지 말고 아무도 다치면 안되고 터드가
이겨야만해."
마침내 우리는 먼시에 도착하였는데 레슬링 장소는 커다란 경기장이었다.
야채와 <짐승>간의 레슬링 경기가 이미 진행 중이었다. 짐승은 원숭이처럼
털복숭이였고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는 야채가 쓰고 있는 속빈
수박을 벗겨서는 관중석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야채의 머리통을
잡아서는 링포스트에다 갖다 박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 그는 야채의 손을
물어 버렸다. 나는 야채가 가엾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라고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허리춤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꺼내어 짐승의
눈에다 비벼버린 것이었다.
짐승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문질러가며 비틀거리면서 링위를 헤메고
다녔다. 야채가 등뒤에서 그의 엉덩이를 걷어 찼다. 그리고는 로프쪽으로
집어 던져 꼼짝 못하게 로프로 묶어 버렸다. 그러더니 마구 두들겨 주는
것이었다. 관중들이 야유를 퍼부으며 종이컵 같은 것을 그에게 집어
던지자 그는 손가락으로 상스러운 ---욕을 관중에게 했다. 결과가
궁금해지는데 마이크가 나와 댄에게 와서는 다음 차례가 나와 터드의
경기이니 탈의실로 가 내 의상을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저귀를 입고 고깔 모자를 썼을 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던스, 준비 되었나?"
그래서 댄이,
"되었소." 하고 대답하자,
"다음 차례요. 나오시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모두 탈의실에서
나왔다.
댄이 나무수레를 밀어가며 내 뒤를 따르는 가운데 통로를 걸어나가니
터드가 이미 링에 올라가 있는 것이 보였다. 터드는 관중을 향해 갖가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링을 돌고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타이스를 입은
꼴이 말도 아니었다. 어쨌든 나는 링으로 올라갔다. 심판이 우리를
불러모아 말했다. "좋아, 경기는 깨끗하게 하는거야. 눈을 찌른다거나
벨트 아래를 찬다거나 물거나 할퀴거나 그런 짓은 안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 - 어." 라고 했고 터드는 나를 노려 보았다.
공이 울리자 나와 터드는 서로를 빙빙 돌았다. 터드가 앞으로 달려들며
발을 걸려 하였으나 내가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그의 어깨를 움켜잡고는 로프로 집어 던졌다. 그때서야 나는 그가
잡히지 않으려고 무슨 미끄러운 것을 몸에 발랐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그의 허리를 끌어 안았으나 그는 마치 뱀장어처럼 잘도 빠져
나갔다. 나는 그의 팔을 잡았으나 그는 이번에도 싹 빠져 나가면서 나를
비웃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내 배를 머리로 박으려고 달려 들었다. 그러나, 내가 살짝
옆으로 비키자 터드는 로프 사이를 빠져 나가 관중석 앞줄로 떨어졌다.
모두들 야유를 하고 휘파람을 불어 댔다. 그는 다시 링으로 기어
올라왔는데 접는 의자를 하나 들고 있었다. 그는 그 의자를 든 채 나를
쫓기 시작했다. 방어할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는 도망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터드가 의자를 내 등을 내리쳤다. 그건 정말 말도 못하게 아팠다.
나는 그에게서 의자를 빼앗으려 했으나 오히려 의자로 머리를 얻어 맞았을
뿐이다. 나는 꼼짝 없이 코너에 갇히고 말았다.
그때, 그가 내 정강이를 걷어 찼다. 몸을 굽혀 정강이를 잡는 순간에 그가
다른 쪽 정강이를 또 걷어찼다.
링가에 앉아있던 댄이 터드의 의자를 빼앗으라고 심판에게 소리를 질러
댔으나 전혀 소용이 없었다. 터드로부터 네다섯 번 의자로 얻어 맞은 나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터드가 내 위에 올라 타더니 머리카락을 움켜
잡아내 머리를 바닥에다 대고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 팔을 잡아
손가락을 비틀었다. 나는 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게 뭐야?"
그러자 댄이 로프 사이로 링 안으로 들어오려 했으나 마이크가 일어서더니
댄의 셔츠자락을 잡아 당겼다. 그때 갑자기 공이 울리고 나는 내 코너로
갔다.
"이봐" 내가 말했다.
"저 개자식이 날 죽이려고 해. 의자로 내 머리를 치는 것 봤지? 나도
어떻게 해야겠어."
"어떻게 하는게 아니라 지면 되는 거야." 마이크가 말했다.
"너를 다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그래도 기분 나빠." 내가 말했다.
"그냥 그렇게 몇분만 더 견디다가 그가 이기도록 해줘." 마이크가 말했다.
"명심해, 여기 와서 짐으로 해서 너는 500달러를 버는 거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이란 말이야."
"또 한 번만 의자로 쳤다가는 내가 어떻게 할지 나도 몰라." 나는 말했다.
관중석을 보니 제니가 기분이 상하고 창피한듯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이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쨌든 다시 공이 울렸고, 나는 다시 경기에 임했다. 터드가 내 머리칼을
움켜쥐려고 했으나 내가 쳐버리자 마치 팽이처럼 돌며 로프에 부딪쳐
버렸다. 나는 그의 허리를 잡아 들어 올리려 했는데 그의 몸뚱이가
미끄러져 떨어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는 신음하며 엉덩이를 문질러대면서 투덜거렸다. 다음 순간 그의
매니저가 그에게 끝에 고무가 달린 '플러머스 헬퍼'를 쥐어 주었고 그는
그것으로 내 머리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빼앗아 무릎에 대고
둘로 꺽어 버리고는 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이크가 고개를
젓는 것이 보였고 그래서 나는 오히려 터드가 내 팔을 잡아 비틀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 개새끼가 내 팔을 거의 부러뜨릴 뻔했다. 그리고는 나를 캔버스 바닥에
밀어 붙이더니 팔뒤꿈치로 뒤통수를 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저쪽에서
마이크가 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터드는 내게서 조금 떨어지더니 가슴과 배를 발로 차고는 다시 의자를
들어 여덟번 아홉번씩 내 머리를 후려쳤다. 그리고는 마침내 내 등을
무릎으로 찍어 눌렀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가 내 머리에 앉자 심판이 카운트를 하였고
경기는 끝났다. 터드가 일어나 나를 내려다보더니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것은 끔찍했으며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나는 울기
시작했으며 멈출 수가 없었다.
터드가 의기양양하게 링을 도는 동안 댄이 올라와 몸을 굴려 옆에 와서는
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아 주었다. 언제 왔는지 제니 역시 올라와 있었다.
그녀는 나를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으며 관중들은 환호하고 소리를 지르며
링안으로 이것저것을 집어 던졌다,
"자, 나가자." 댄이 말했다. 내가 일어서자 터드가 혀를 내밀고는
조롱하는 표정을 해 보였다.
"이름값을 하는군." 제니가 우리와 함께 링에서 내려 가면서 말했다.
"창피한 줄 알아."
우리 둘다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내 생애 그렇게 치욕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인디아나폴리스로 돌아가는 길은 내내 불편했다. 댄과 제니는 입을 꼭
다물고 있었고, 상처투성이로 뒷자리에 앉은 나는 여기저기 쑤셔대어 말이
아니었다.
"아주 멋진 연기였어, 포레스트." 마이크가 말했다.
"특히 마지막의 우는 모양은! 관중들이 열광을 하더군."
"그건 연기가 아니었어." 댄이 말했다.
"쳇" 마이크가 말했다.
"이봐--- 누군가는 지게 되어 있는 거야. 이러면 어때. 다음 번에는
포레스트가 이기게 해줄께. 그럼 되겠지?"
"'다음번'이 아예 없어야해요." 제니가 말했다.
"오늘 밤 수입은 좋았잖아 안 그래?"
마이크가 말했다.
"그렇게 얻어맞고 500달러면 좋은 벌이도 아니죠," 제니가 말했다.
"이번이 처음 경기였잖아. 이렇게 하지. 다음 번에는 600달러 줄께."
"1,200달러로 하지." 댄이 말했다.
"900달러." 마이크가 말했다.
"기저귀와 고깔모자 대신 수영복을 입히면 어때요?" 제니가 말했다.
"관중들이 얼마나 좋아했는데."
마이크가 말했다.
"그건 매력의 하나라구."
"당신같으면 그렇게 입겠어?" 댄이 물었다.
"나는 바보가 아니쟎아." 마이크가 말했다.
"당신은 입이 있어도 할 말 없어."
댄이 말했다.
어쨌든 마이크는 약속은 지켰다. 다음번에 나는 <파리 인간>이라는 자와
레슬링을 했다. 그는 마치 파리처럼 뾰족한 모양의 의상을 입고 얼굴에는
툭 튀어나온 눈을 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나는 그를 이리저리 내팽개친 끝에 이기고 900달러를 챙겼다. 더군다나
관중들은 미친 듯이 열광하며, "던스! 던스!"를 외쳐댔다. 기분이
괜찮았다.
다음에는 요정과 한판 붙었는데 그들은 내가 마술 지팡이로 그의 머리를
후려쳐 지팡이를 부러뜨리도록 해주었다. 그 이후로 여러 명과 경기를
하여 댄과 나는 새우 사업을 하는데 쓸 돈으로 5천 달러를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도 해야만 하겠다. 내가 관중들에게 상당히 인기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내게 편지를 보내오고 기념품으로 내 것과
똑같은 고깔모자를 팔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링에 올라가 보면 관중석에
50에서 100명이 고깔모자를 쓰고 앉아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내 이름을
불러대는 것이다. 그건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한편, 나와 제니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내가 레슬링을 하는 것만 빼고는. 매일
저녁 그녀가 집에 돌아오면 우리는 저녁을 해먹고는 응접실에 나와 제니와
댄 이렇게 모여 앉아 새우사업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계획을 세웠다.
우리는 버바의 고향인 라 바터항으로 가서 멕시코만 어딘가에 늪지를 사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물과 자그마한 노젓는 배, 그리고 새우가 자라는
동안 필요한 먹이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댄은 첫
수확이 있기까지 살 집이 있어야 할 테고 식료품 따위를 살 돈도 있어야
하고 또한 우리 상품을 시장에 내다 파는 길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러면 첫해에는 5천 달러 쯤은 필요할 것이라고 그는 계산했다. 그
이후로는 새우가 수입원이 되어줄 것이다.
이제 내 문제는 제니였다. 그녀는 이미 5천 달러는 모았으니 짐 싸들고
가자는 것이었다. 글쎄,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정말로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아직 떠날 준비가 안 되었던 것이다. 사실 오렌지
볼 풋볼 경기 때 나는 내가 무언가 성취했다고 느꼈었다. 중공에서 탁구
시합을 했을 때도 조금 그런 기분을 느꼈지만 그저 몇주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주 토요일이면. 나는 링위에서 환호하는 소리를 듣는다.
사람들이 나를 응원하는 것이다. 멍청이이건 아니건 상관하지 않고.
내가 100달러 지폐를 잔뜩 몸에다 붙이고 링에 들어선 그로스 포인트
그라인더를 묵사발을 만들었을 때 관중들이 얼마나 열광했던지......!
그리고 <아마리요 출신의 무서운 앨>을 보스톤 크랩으로 꼼짝 못하게
하고는 동부지역 챔피언 벨트를 따내었다. 그 다음에 나는 400파운드나
나가는 몸에 표범 가죽 옷을 입고 딱딱한 종이 곤봉을 든 거인 주노와
한판 겨루었다.
그러나 어느 날, 일을 끝내고 돌아온 제니가 말했다.
"포레스트, 우리 이야기 좀 해야겠어."
우리는 밖으로 나가 시내까지 걸어갔다. 제니가 앉을만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는 말했다.
"포레스트, 이제 레슬링은 할만큼 한 것 같다고 생각지 않아?"
"무슨 소리야?" 나는 알면서도 물었다.
"내 말은 말이야...... 우리는 거의 1만 달러나 모았어, 우리가 새우
사업을 시작하는데 필요할 거라고 댄이 생각했던 금액보다 두 배나 많은
액수야. 그리고 나는 왜 네가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바보같은 짓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구."
"바보같은 짓을 하는게 아니야."
나는 말했다.
"내 팬들을 생각해야 해. 난 유명인사란 말이야. 그냥 그만둘 수가 없어."
"헛소리 말아." 제니가 말했다.
"대체 무얼 '팬' 이라고 부르는 거며 '유명인사' 라니 무슨 뜻이야? 그런
헛수작을 돈까지 내가면서 보러 오는 것을 보면 머리가 돈 사람들이지, 다
큰 어른들이 팬티 차림으로 올라가 마치 서로를 죽이기라도 할 듯이 쇼를
하는 꼴이라니...... 그리고 도대체 <야채>니 <터드>니 그런 이름을
붙이는건 또 뭐고, 너도 <던스>라고 하고!"
"그게 어째서?" 내가 물었다.
"내 기분이 어떻겠어?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던스>로 널리 알려지고 매주
링위에 올라가 쇼나 하니...... 그리고 이제는 텔리비전에까지!"
"텔리비전 출연료는 따로 더 받잖아." 내가 말했다.
"그까짓 출연료!" 제니가 말했다.
"우리는 출연료까지 받아 모아야 할 필요는 없어."
"돈 더 받는 것 싫어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내가 말했다.
"그렇게 절실한 것은 아니잖아."
제니가 말햇다.
"나는 말이야, 조용한 곳에 가서 너는 존경받을만한 직업을 ---- 말하자면
새우 사업같은--- 갖고 우리 자그마한 집이라도 마련하여 정원도 꾸미고
개를 기른다거나 아니면 아이들이라도 키우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는 거야.
나도 깨어진 달걀에 있을때 인기도 얻어 보았지만 그래 봤자 한낱
물거품일 뿐이야. 나는 행복하지 않았어. 나는 35살이나 되었다구. 이제는
자리를 잡고......."
"이봐."
내가 말했다.
"그만둘지 아닐 지는 내가 결정해야하는 것 같다고 생각해. 평생 할 것은
아니야. 적당한 때까지 만이지."
"나도 평생을 기다리지는 않겠어."
제니가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진정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co 20.

그 뒤로 두 번의 시합을 했는데 당연히 두번 다 이겼다, 그런데 하루는
마이크가 댄과 나를 사무실로 부르더니 말하는 것이었다.
"이봐, 이번 주에는 교수님과 시합을 할 거야."
"그게 누군데?" 댄이 물었다.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자인데."
마이크가 말했다.
"거기서 상당히 센 측에 들지. 서부 지역의 2인자야."
"이의 없어." 내가 말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또 있는데 말이야." 마이크가 말했다.
"이번에는 네가 지는거야, 포레스트."
"진다고?" 내가 말했다.
"그래, 지는 거야." 마이크가 말했다.
"이봐, 지난 몇달간 계속 이기기만 했잖아,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끔씩 지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몰라?"
"왜 그래야 한다는 거지?"
"그야 간단하지, 사람들은 약자 편이거든. 그래야 다음 번에 더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나는 싫어." 내가 말했다.
"얼마 줄 건데?" 댄이 물었다.
"2천 달러."
"나는 싫어." 내가 다시 말했다.
"2천 달러면 많은 돈이야." 댄이 말했다.
"그래도 나는 싫어." 내가 말했다.

그러나 그러기로 했다.
제니가 요즈음 좀 이상했으나 나는 그녀가 불안하거나 뭐 그래서 그러는가
보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집에 오더니
말했다.
"포레스트, 나는 지금 로프 끝에 매달려 있어. 제발 이번에는 하지말아."
"해야 해." 내가 말했다.
"어쨌거나 이번에는 내가 질 거야."
"진다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마이크가 내게 설명해 준 것 처럼
그녀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빌어먹을! 포레스트, 이젠 더 이상 못 참겠어."
"내 인생이야." 나는 말했다 ---- 그것이 무슨 뜻이던간에.
어쨌든 한 이틀 쯤 후 댄이 어딘가를 다녀 와서는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고
했다.
"포레스트, 우리 문제의 해결책을 발견했어."
나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내 생각에는" 댄이 말했다.
"이 일에서 곧 손을 떼는게 좋을 것 같아. 제니가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새우 사업을 시작하려면 빨리 시작해야 할 것 같아. 그러나."
그가 말했다.
"돈을 싹 긁어 모으고 손 떼는 방법을 알았어."
"어떻게 하는데?" 내가 물었다.
"시내의 어떤 작자하고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 내기 도박을 운영하고
있거든. 그런데 이번 토요일에 네가 교수한테 질 거라는 말이 쫙 퍼져
있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런데 만일 네가 이긴다면?"
"이긴다고? "
"뒤통수를 치는 거지 뭐."
"그랬다가는 마이크가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내가 말했다.
"마이크 따위는 잊어 버려." 댄이 말했다.
"이것봐, 이렇게 하는 거야. 네가 이긴다는 쪽에 1만 달러를 거는거야.
2대 1이니까, 네가 이기면 우리는 2만 달러를 손에 쥐게 되는 거야."
"그렇지만 그랬다가는 큰일 날걸."
내가 말했다.
"2만 달러를 쥐는 즉시 뜨는 거야."
댄이 말했다.
"2만 달러로 무얼 할 수 있는지 알아? 근사하게 새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쓰고도 남을 만큼 돈을 갖게 되는 거야. 언제건
레슬링은 그만 두어야 하잖아."
글쎄, 매니저인 댄이 그렇게 말하는데야, 그리고 제니도 레슬링을 그만
두라고 했고 2만 달러면 상당한 금액이 아닌가.
"어떻게 생각해?" 댄이 말했다.
"좋아"
나는 말했다.
"좋아."
교수와 레슬링하는 날이 되었다. 경기는 포트 웨인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마이크가 우리를 데리러 와서는 바깥에서 경적을 울려댔다. 나는
제니에게 준비 되었냐고 물었다.
"나는 가지 않겠어." 그녀가 말했다.
"텔리비전으로 보겠어."
"그렇지만 가야 해."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댄에게 설명을 해주라고 했다.
댄이 제니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내가 교수를 이기고나서
인디아나폴리스로 우리를 태워다 줄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제니가 꼭
가야 한다는 말과 함께.
"우린 둘 다 운전을 못하잖아." 그가 말했다.
"경기장 바로 바깥에 빠른 차를 대기시켜 놓았다가 경기가 끝나자마자
재빨리 이곳으로 돌아와 내기에서 이긴 돈 2만 달러를 찾아 가지고 떠나야
한단 말이야."
"나는 그런 계획에는 참여하기 싫어." 제니가 말했다,
"그렇지만 2만 달러야." 내가 말했다.
"그래, 그리고 부정한 돈이고." 그녀가 말했다.
"지금까지 그가 해온 것도 정직하지 못한 짓이었잖아." 댄이 말했다,
"이기고 지는 것이 미리 다 짜여져 있었으니까 말이야"
"나는 가담하지 않겠어." 제니가 말했다. 마이크가 다시 경적을 울려댔다.
댄이 말했다.
"어쨌든 우리는 가야해. 경기가 끝나면 여기서 다시 만나지 뭐---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간에 말이야."
"부끄러운줄 알아." 제니가 말했다.
"우리가 주머니에 2만 달러를 넣어 가지고 오면 그런 소리 못할걸." 댄이
말했다.
어쨌든 우리는 길을 나섰다.

포트 웨인으로 가는 동안 나는 내가 마이크를 속인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져
별로 입을 열지 않았다. 나에게 상당히 잘해주었는데, 하지만 댄이
설명해준 것 처럼 나도 그가 돈을 많이 벌도록 해주었으니 말하자면
피차일반인 셈이라고 볼 수 있었다.
경기장에 도착하니 이미 첫 번째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거인 주노가
요정한테 꼼짝 못하고 당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난장이 여자들의
태그매치가 계속되었다. 우리는 탈의실로 갔으며 나는 기저귀와
고깔모자를 착용했다. 댄이 누군가에게 택시 회사로 전화를 걸어 달라고
해서 내 시합이 끝날때쯤 해서 택시 한대를 경기장 밖에 대기시켜
놓으라고 말했다.
나갈 시간이 되었다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교수의 경기가
그날의 메인 이벤트였다.
링으로 나가 보니 상대는 이미 링 위에 을라와 있었다. 교수는 작고
약하게 생겼으며 턱수염을 길렀고 검은 가운에 안경을 끼고 사각모를 쓰고
있었다. 전혀 교수다워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그에게 사각모를 먹여 주어야겠다고 결정하였다. 내가 링
위로 오르자 아나운서가 말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러자 사람들이 우우--- 거리기 시작했다. 아나운서가 계속해서 말했다.
"오늘 밤의 메인 이벤트는 북미프로레슬러연합 소속의 최고의 선수들의
경기입니다. 교수 대 던스!"
이때 쯤에는 관중들의 야유와 환호가 어찌나 시끄러운지 사람들이 좋아서
그러는지 화가 나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교수는 안경과 모자와 가운을 벗고는 내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마치 나를
야단이라도 치는 듯 손가락질을 해댔다. 나는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번번이 빠져 나가며 계속해서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었다.
한 일이분 가량 이렇게 계속되다가 그가 실수를 했다, 그가 내 뒤로 돌아
엉덩이를 걷어 차려는 순간 내가 그의 팔을 잡아 로프 쪽으로 휙 던져
버렸다. 그는 마치 새총알처럼 로프에서 튕겨져 나왔다. 나는 발을 걸었고
그는 그대로 나가 떨어지는 듯 했으나 내가 덮치기 직전에 재빨리 빠져
나가 코너로 가더니 커다란 자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마치 내 엉덩이를 때리기라도 할 듯이 자로 손을 탁탁치면서
다가왔다. 그러나 내가 그를 잡은 순간. 그가 마치 눈을 파 내기라도 할
듯 내 눈을 쑤시는 것이었다. 정말 아팠다. 앞을 보려고 애쓰며
비틀거리고 있는데 그가 뒤로 와서는 내 기저귀에 무엇인가를 집어
넣었다, 무엇인지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개미였다! 그가 어디서 개미를 가지고 왔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나를 물어대기 시작하자 견딜 수가 없었다.
댄이 그를 끝장내라고 외쳐대고 있었지만 팬티 속에 개미가 있을 때는
그것이 쉽지 않았다. 어쨌거나 공이 울리고 1회전이 끝나 내 코너로
돌아갔다. 댄이 어떻게든 개미를 꺼내려고 노력했다.
"비겁한 놈 같으니라구!" 내가 말했다.
"끝장 내 버려!"
댄이 말했다.
"우리 계획을 망쳐서는 안돼!"
2회전이 시작되자 교수가 나를 놀리며 다가섰다. 그가 가까이 접근했을 때
나는 그를 움켜잡고 머리 위로 올려 빙빙 돌리기 시작하였다.
그가 어지러워할 때까지 충분히 돌리느라 4,50번을 돌고나서 있는 힘을
다해 로프 너머 관중석으로 던져 버렸다. 그는 관중석의 다섯 번째 줄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는 할머니의 무릎 위로 떨어졌으며 할머니는 우산을
들어 그를 내리쳤다.
문제는 나까지 어지러워졌다는데 있었다, 사방이 빙빙 돌았으나 나는 곧
괜찮아지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교수로 말하자면 그는 이제
끝난 거니까 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건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거의 어지럼증이 가라 앉았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내 발목을 잡는
것이었다. 내려다 보았더니 그놈의 교수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할머니의 털실을 가지고 내 발목부터 감기 시작하였다. 나는 빠져
나오려고 했으나 교수가 실을 갖고 나를 빙빙돌면서 마치 미이라처럼 나를
감아가는 것이었다. 곧 나는 손발이 꽁꽁 묶인 채 꼼짝달짝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교수는 동작을 멈추더니 털실로 예쁘게 매듭을 짓고는 내
앞에 서서 마치 마술사가 무슨 마술이라도 성공적으로 끝낸 것처럼 허리
숙여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는 어슬렁거리며 코너 쪽으로 가더니 무슨 사전처럼 보이는 커다란
책을 가지고 와서는 다시 한 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책으로
내 머리를 치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열 번인가 열 두 번쯤 얻어맞고 나는
쓰러졌다. 나는 그가 내 어깨를 찍어 누르며 경기에 이기고 사람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무기력하게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이크와 댄이 링으로 올라와 털실을 풀고는 나를 일으켜 주었다.
"멋졌어! " 마이크가 말했다.
"너무 멋있었어. 아주 멋지게 해냈어."
"입 닥쳐!" 댄이 말했다. 그리고는 나를 보고 말했다.
"잘했어, 교수한테 당하다니 자알했다구."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참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으며 다시는 레슬링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확실한 일이었다.
우리는 도망갈 택시가 필요없게 되었으므로 마이크의 차를 타고
인디아나폴리스로 돌아왔다. 오는 동안 그는 그런 식으로 교수에게 진
것이 얼마나 멋있었는지 그리고 다음 번에는 내가 이길 차례이며 수천
달러를 벌 수 있을 거라 내내 떠들어댔다. 아파트 앞에 도착하자 마이크가
우리에게 주기로 한 2천 달러가 든 봉투를 댄에게 건네 주었다.
"받지 마" 내가 말했다.
"뭐라구? " 마이크가 말했다.
"이봐!" 나는 말했다.
"할 이야기가 있어." 댄이 말을 가로 막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느냐 하면, 더 이상 레슬링을 안하겠다는 거야."
"농담이겠지? " 마이크가 말했다.
"농담 아니야." 댄이 말했다.
"왜 그러는거야?" 마이크가 물었다.
"포레스트, 왜 그래?"
내가 무어라고 하기도 전에 댄이 말했다.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마이크가 말했다.
"글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우선 오늘 밤은 푹 자도록 해.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올테니까 이야기 해 보자구, 좋지?"
"좋아." 댄이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마이크가 떠나고
나서 나는 말했다.
"그 돈을 받는게 아니었어."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이것뿐인걸."
그가 말했다.
모두 다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그의 말이 정확했다는 것을 몇분뒤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아파트에 들어가 보니 제니도 떠나고 없었다. 깨끗한 침대보와 수건
그리고 그릇 몇가지만 남겨두고 제니는 짐을 꾸려 떠나고 없었다.
응접실의 탁자 위에 편지가 있었다. 댄이 먼저 발견해서는 큰 소리로 내게
읽어 주었다.

사랑하는 포레스트 (이렇게 시작되었다)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어, 너한테 내 감정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자기는
별로 관심도 없어 보였어, 오늘 밤 자기가 하려는 일은 특히나 더 나빠.
왜냐 하면, 정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고 그런 너와 더 이상 함께 있을
수가 없어.
어쩌면 내 잘못, 얼마만큼은 내 잘못일 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도 이제는
어디 한군데 정착하고 싶어. 집도 하나 장만하고 가정을 이루어 교회도
가고 말이야. 포레스트, 1학년 때 너를 처음 만난 이후 --- 벌써 거의
30년이나 되었지 --- 나는 네가 크고 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계속
보아왔어. 그리고 네가 보스톤에 왔을 때 나는 내가 정말로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었지.
그러다가, 네가 마약을 피우고 프로빈스타운의 계집애들과 어울려 다녔지.
그 이후에도 나는 항상 너를 그리워했어. 그래서 자기가 평화시위때
워싱턴에 와서 나를 찾아준 것이 기뻤어, 그러나 네가 우주선을 탔다가
불시착하여 거의 4년간이나 정글에서 보내게 되었고 어쩌면 나도 변한 것
같아. 나는 이제는 전 처럼 낙천적이지 않아. 이제는 그냥 평범하게 살게
되도 만족할 것 같아. 그래서 그런 생활을 찾아 떠나야만겠어.
사랑하는 포레스트, 너도 어딘가 변했어, 너도 어떻게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어. 왜냐 하면, 너는 항상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같은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나는 지금 울고 있어.
그러나 지금 헤어져야만 해. 나를 찾으려 하지는 말아. 행운을 빌어, 내
사랑----
안녕.

사랑하는 제니

댄이 편지를 건네 주었으나 나는 그냥 바닥에 떨어지도록 내 버려두고
그대로 서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바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co 21.

그 이후 나는 풀이 죽어 지냈다.
댄과 나는 그날 저녁은 아파트에서 지냈으나 다음 날 아침 떠날 차비를
했다. 왜냐 하면, 더 이상 인디아나폴리스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댄이 내게 오더니 말했다.
"여기 있어, 포레스트. 이 돈 받아."
그리고는 교수와 레슬링한 댓가로 마이크가 준 2천 달러를 내밀었다.
"됐어." 내가 말했다.
"받는 것이 좋을걸." 댄이 말했다.
"가진 거라고는 이것 뿐이니까."
"네가 가져." 나는 말했다.
"그렇다면 절반이라도 가져." 그는 말했다.
"이봐, 여행을 하려면 돈이 필요할 거야. 네가 원하는 곳에 가려면 돈이
있어야지."
"나와 함께 가지 않을거야." 내가 물었다.
"그럴 수 없어 포레스트." 그가 말했다.
"이미 너한테 해를 끼칠만큼 끼친 것 같아, 지난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네 돈을 다 내기에 걸게하고. 제니가 견디지 못하고 떠날 지경에
이르기까지 레슬링을 계속하도록 만들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니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거야. 그리고 네가 교수에게 진 것은 네가 잘못해서가
아니야, 너는 할 수 있는만큼 했어, 모든 것은 내 탓이야. 내가
부족해서야."
"아니야, 댄. 네 잘못도 아니야." 내가 말했다.
"내가 바람이 들어서였어. 던스가 되어서는 남들이 추켜세워주고
환호하니까 무슨 감투나 쓴 것 처럼 정신을 못차리고는.....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이유야 어쨌든간에"
댄이 말했다.
"더 이상 너를 쫓아 다니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인 것 같아. 너는 이제 다른
일을 해야지. 나는 잊어 버리고 네 뜻을 펴 보도록 해."
나는 댄과 오랫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댄은 옷가지 따위를 꾸렸고 나는 그가 층계를
내려가도록 도와 주었다. 그가 무릎 위에 옷가지를 올려 놓고 나무수레를
밀어가며 길을 따라 내려가던 모습이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었다.

나는 버스 터미널로 가서 모빌행 표를 한 장 끊었다. 이틀 밤낮을 가는
여행이었다. 버스는 루이빌, 내쉬빌, 버밍햄을 경유하여 모빌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굴러가는 버스에 앉아있는 나는 한심스러운 멍청이였다.
우리는 밤에 루이빌을 통과했고 그 다음 날 내쉬빌에 멈추었다. 버스를
갈아타야 했는데 3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잠시 시내를
돌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가게에서 샌드위치와 아이스티를 한 잔
사서 먹고는 거리를 따라 내려갔다. 어떤 호텔 앞에 '환영 그랜매스터
초청 체스 토니먼트' 라는 싸인이 걸려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정글에 있는 동안 빅 샘과 체스를 많이 두어 보았던 관계로 나는 호기심이
동하여 호텔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연회장에서 체스 시합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사람들이 잔뜩 모여 구경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입장료
5달러' 라는 싸인이 있기에, 내 돈을 그런데 쓰고 싶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깐 문틈으로 들여다보고는 물러나서 로비에 가 앉았다. 맞은 편 의자에
자그마한 노인이 하나 앉아 있었다. 그는 검은 양복에 각반을 하고
나비넥타이를 메고 있었으며 언짢은듯 잔뜩 쪼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앞에는 탁자 위에 체스판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 앉아 있노라니 그는 가끔씩 말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아마도 혼자
체스를 두고 있는 모양이었다. 버스가 떠날 시간은 아직도 한 시간이나
있었으므로 나는 그에게 체스 상대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는 나를 한 번 올려다 보더니 그냥 체스판으로 시선을 돌려 버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에 거의 30분이나 체스판을 들여다 보고 있던 노인이 백의 비숍을
흑7번에 옮겨다 놓고는 손을 떼려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실례합니다."
라고 말했다. 노인은 마치 바늘 위에 앉기라도 한 것 처럼 펄쩍 뛰더니
나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두면" 내가 말했다.
"기사와 여왕을 잃게 되요. 그럼 지는 거예요."
그는 비숍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체스판을 한참 들여다 보더니 다시
제자리에 옮겨 놓고는 내게 말했다.
"어쩌면 자네의 말이 옳을 지도 모르겠소."
그는 다시 체스판을 들여다 보기 시작하였다. 나는 이제 버스를 타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악 가려는데 노인이 말했다.
"실례지만, 상당히 수를 잘 보았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이보시오, 전에도 체스를 많이 두어본 사람같은데 여기 앉아서 나와 이
판을 두어보지 않겠소? 지금 그대로의 백을 맡아서 말이요."
"안 됩니다."
나는 버스를 타러 가야하기 때문에 안되겠다고 그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일듯말듯하게 손으로 작별을 고했고 나는 버스
터미널로 돌아왔다.
도착해 보니 망할놈의 버스는 이미 떠나 버리고 없었고, 다음 차는
내일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아무 것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이제
하루의 시간이 있었으므로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아직도 노인이
혼자서 체스를 두고 있었는데 이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게 가까이 가자
노인은 나를 올려다 보더니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내가 맡은 백은 상황이
상당히 어려운 상태였다. 졸의 반 이상이 잡혔고 비숍은 하나만 남아
있었으며 성장은 하나도 없었고 여왕도 곧 잡힐 차례였다. 거의 한 시간을
두고서야 서로 엇비슷해졌는데 노인은 내 판이 개선될 때마다 툴툴거리며
고개를 흔들어대곤 했다. 마침내 그 앞에 미끼를 놓았더니 그가 걸려
들었고 세 수 뒤에 장군을 부를 수가 있었다.
"이렇게 되다니!" 그가 말했다.
"대체 당신은 누구요?"
내가 이름을 말하자 그가 말했다.
"아니 내 말은 어디에서 체스를 두었느냐 이거요. 당신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내가 뉴기니에서 체스를 배웠다고 하자 그는 말했다.
"맙소사! 그렇다면 지역시합 같은 데도 나가본 적이 없다는 말이요? "
내가 고개를 젓자 그가 말했다.
"당신이 알려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 국제 고수요. 그리고 당신이 좀
전에 끝낸 체스는 절대로 이길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당신이 날
전멸시킨거요."
나는 그에게 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회장에서 시합을 하지 않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아, 나는 일찌감치 두었지. 나는 거의 80이 다 되었기 때문에 노인부에서
둔거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젊은이들의 시합이 훨씬 흥미진진하지 -
그들은 훨씬 날카롭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가려고 일어섰다. 그런데
그가 말했다.
"저녁은 먹었소?"
나는 몇시간 전에 샌드위치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내가 저녁을 대접하면 어떻겠소? 훌륭한 게임을 한 댓가로 말이오."
나는 좋다고 말했고 우리는 호텔의 식당으로 갔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미스터 트리블이었다.
"이봐요."
트리블 씨가 저녁을 먹으면서 말했다.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는 몇번 더 두어봐야 하긴 하겠지만 조금 전의
게임이 완전 요행수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체스의
천재중 하나요, 내가 스폰서가 되어줄 테니 토너먼트 한두개쯤 참가해
보는게 어떻겠소?"
나는 지금 고향으로 돌아가 새우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고 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는 말했다.
"포레스트, 이것이야말로 당신 일생일대의 기회일 수 있소. 체스로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단 말이오."
그는 나더러 밤에 잘 생각해 보고 아침에 알려 달라고 했다. 그리하여
나와 트리블 씨는 악수를 하고 헤어져 나는 거리로 나왔다.
나는 한참 돌아다녔지만 내쉬빌에는 그다지 볼만한 것이 많지 않았다.
나는 공원의 벤치에 가 앉았다. 나는 쉽지는 않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 머릿속은 제니와 지금 그녀가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찾지 말라고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나를 잊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인디아나폴리스에서 완전히 바보짓을 했다는 것을 똑똑히 깨닫고 있었다.
아마도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 그 옳은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지가 않았다. 내
말은 별로 가진 돈도 없이 새우 사업을 해보겠다고 이러고 있는데
트리블씨 말로는 체스로 돈을 벌 수가 있다니 말이다.
그러나, 고향에 가서 새우 사업을 시작하는 것 외에 무언가를 할 때마다
마치 내 엉덩이를 뜨거운 물 속에 집어 넣는 것 같으니 ---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또 다시 궁리하고 앉아있는 것이다.
별로 오래 궁리하고 있지도 않았는데 경찰이 다가오더니 무얼하고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앉아서 생각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아무도 밤에 공원에
앉아 생각할 수 없다고 하면서 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거리를 따라
내려가는데 경찰이 따라 오는 것이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얼마를 그렇게 가다가 골목이 있길래 들어 가서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다리를 쉬고 있었다. 1분이나 앉아 있었을까 그 경찰이 가까이
오더니 나를 보았다.
"이봐요." 그가 말했다.
"거기서 나와요."
내가 큰길로 나가자 그가 말했다.
"거기서 뭘 하는 겁니까? "
나는 말했다.
"아무 것두요."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럴줄 알았지. 부랑인으로 체포하겠소."
그는 나를 유치장에 가두었다. 그러더니 아침이 되자 원한다면 전화 한
통화는 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전화할만한 사람이라고는
트리블 씨 밖에 없었으므로 나는 그에게 전화했다. 30분 쯤 뒤에 그가
경찰서에 나타나 나를 유치장에서 꺼내 주었다.
그리고는 호텔에서 푸짐한 아침식사를 사주고는 말했다.
"이봐, 다음 주에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리는 지역간 선수권전에 참가해
보지 않겠나? 상금이 1만 달러야. 내가 필요한 돈은 다 대줄께. 이기게
되면 상금을 반으로 나누고. 내가 보기에 도박을 해볼만 할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도 상당히 큰 즐거움이 될 거야. 내가 자네의 코치겸
고문이 되는 거야. 어떻게 생각하나? "
아직 확신은 서지 않았지만 시도해 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얼마 동안만 해보겠다고 말했다. 새우 사업을
시작할만한 돈을 모을 때까지 만이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와 트리블 씨는
악수를 하고 동업자가 되었다.

로스앤젤레스는 볼만한 도시였다. 우리는 일 주일 전에 그곳에 도착했으며
트리블 씨가 거의 하루종일 나를 가르쳤으나 얼마 지나자 그는 고개를
젓고는 전혀 나를 코치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왜냐 하면, 내가 이미
'책에 나와 있는 기법은 모두 다'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구경을 다녔다.
트리블 씨는 나를 디즈니랜드에 데리고 가서 이것저것을 태워 주었으며
영화촬영소도 구경시켜 주었다. 그곳에서는 이런저런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으며 모두들 바삐 뛰어다니면서, "데이크 원," 혹은 "컷" 혹은 "액션"
같은 말을 외쳐댔다. 서부 영화를 찍는 것을 보았는데 어떤 남자가
열번씩이나 유리창 밖으로 던져지는 것이었다. 제대로 할 때까지 하느라고
말이다.
어쨌든, 우리가 거기 서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오더니
말했다.
"실례합니다만 배우인가요?"
내가 "네?" 라고 말했고 트리블 씨는,
"아니, 우리는 체스 선수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남자가 말했다.
"참 유감이군요. 왜냐 하면 여기 이 커다란 친구가 내가 찍고 있는 영화에
적격인데 말입니다."
그러더니 나에게 돌아서서 내 팔을 만져보고는 말했다.
"이런, 정말로 크고 강하군. 정말 연기를 하지 않습니까? "
"한번 했었어요." 나는 말했다,
"정말! 그 남자가 말했다.
"어떤 것이었습니까?"
"리어왕."
"아 그랬습니까? " 그가 말했다.
"아주 좋습니다. 회원증은 있습니까?"
"뭐요?"
"연예인협회 회원증같은 ---- 아니 상관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런 것 쯤이야 금방 만들 수 있으니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여태까지
어디에 숨어 있었냐는 거요. 내 말은 자신을 한 번 보란 말이오. 크고
강하고 과묵한 형 --- 바로 또 하나의 죤 웨인이란 말이요."
"죤 웨인과는 비교도 안되지." 트리블 씨가 불쾌한듯 말했다.
"그는 국제수준의 체스 선수요."
"금상첨화로군요." 그가 말했다.
"똑똑하고 크고 강하고 과묵하다, 이건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생긴만큼 똑똑하지 않아요." 나는 정직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상관 없다고 했다. 왜냐 하면 배우들은 똑똑하거나 혹은 정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저 앞에 나서서 대본대로만 읽으면 되는 것이었다.
"내 이름은 펠더입니다." 그는 말했다.
"영화를 만들지요. 당신을 스크린 테스트를 해보았으면 좋겠는데."
"그는 내일 체스 시합을 해야 해요."
트리블 씨가 말했다.
"연기라거나 스크린 테스트를 할 시간이 없소."
"그렇지만 어떻게 잠시 짬을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르잖아요. 트리블씨, 당신도 같이 오지 그래요. 스크린
테스트 좀 해보게 말입니다."
"노력해 보겠소." 트리블 씨가 말했다.
"가지, 포레스트. 할 일이 남았어."
"나중에 봅시다." 펠더가 말했다.
"잊지 말고."
우리는 그곳을 떠났다.

^co 22.

다음 날 아침, 체스 대회가 비벌리힐즈 호텔에서 열렸다. 나와 미스터
트리블은 일찍 그곳에 가서, 그는 그날 열리는 시합에 참가 신청을 냈다.
근본적으로, 시합은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 지역의 챔피언이고
또한 어딘가의 대학 교수라고 하는 첫번째 상대를 완파하는 데는 약7분
밖에는 걸리지 않았다. 그 상대를 이긴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뭐니뭐니해도 나는 대학 교수를 이겼으니까.
다음 상대는 17세짜리 꼬마였다. 이번에도 30분 이내에 해치웠다. 그는
발끈하고 성을 내더니 고함을 치고 울기 시작했다. 결국은 그의 엄마가
대회장에서 그를 끌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날과 다음 날에 걸쳐서 나는 여러종류의 사람들과 시합을 했으나, 그들
모두를 굉장히 빠른 시간안에 격파해 버렸다. 그것은 내게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빅 샘을 상대로 체스를 둘 때 체스판을
비울 경우 말을 딴곳에 옮겨 놓거나 혹은 속이거나 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화장실이나 다른 곳에를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무슨 일이 있어도 죽치고
앉아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결승까지 진출했을 때는 하루 동안의 휴식이 있었다. 내가
미스터 트리블과 함께 호텔로 돌아와보니까 영화 감독이라는 미스터
펠더로부터 메세지가 와 있었다.
메세지에는 '금일 오후에 내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주시오, 내일 오전의
스크린 테스트에 대해서 의논합시다.' 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사무실의
전화번호가 쓰여있었다.
"이보게 포레스트."
미스터 트리블이 말했다.
"나는 영화에 관해서는 백지인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말했으나 사실을 말하자면,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은 신바람나는 일
처럼 들렸다. 재수가 좋으면 라쿠엘 웰치나 그런 육체파 배우를 만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긴 한 번 해보았자 손해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
미스터 트리블은 말했다.
"전화를 걸어서 면담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겠네."
그래서 그는 미스터 펠더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서 우리들이 언제 어디로
가야하는 가를 묻고 있었으나 갑자기 그는 수화기를 손바닥으로 가리더니,
난데 없이, "포레스트, 자네 수영할 줄 아나?" 하고 묻는 것이었다.
내가 "할 줄 알아요." 하고 대답하니까 그는 전화에 대고, "네, 할 줄
안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난 뒤에 그들이 무엇때문에 내가 수영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싶어 하느냐고 물으니까 미스터 트리블은 자기도 모르겠다고
대답하고 내일 그곳에 가보면 자연히 알게 될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우리가 찾아간 촬영 장소는 그전 것과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정문에서
경비원이 우리들을 스크린 테스트가 행해지고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미스터 펠더는 그곳에서 정말로 라쿠엘 웰치처럼 보이는 여배우와
말다툼을 벌리고 있었으나 나를 보고는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띄는
것이었다.
"아아, 포레스트." 그는 외쳤다.
"참 잘와 주었네. 지금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저문을 나가서
분장실과 의상실로 가보라는 것일세. 담당자들이 일을 끝내면 다시 이리로
돌려보내 줄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 문을 통해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두 명의 여자가 서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자아, 옷을 몽땅 벗어요!" 하고 말했다. 또 벗어! 그러나 이번에는 나는
시키는대로 했다. 옷을 몽땅 벗고나니까, 또 한 여자가 비늘같은 것이
잔뜩 달리고, 물갈퀴 모양의 손과 발이 붙은 커다란 고무로 만든 의상을
내게 주고 날더러 입어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의상 속에 나를
집어넣는 데는 우리들 세 사람의 노력이 필요했고 한 시간 가량 씨름을 한
뒤에야 가까스로 그것을 입을 수가 있었다.
그것이 끝나자 그들은 내게 분장실로 가라고 지시했다. 분장실에 갔더니
나를 의자에 앉히고, 여자 하나와 남자 하나가 머리에 커다란 고무
마스크를 씌우기 시작하고, 그것을 의상에 끼워넣더니 그 접촉부분 위에
페인트 칠을 하는 것이었다. 그 일이 끝나자 그들은 영화 세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나는 물갈퀴 모양의 발때문에 잘 걸을 수가 없었고, 물갈퀴 모양의
손때문에 문을 잘 열 수가 없었으나 이럭저럭 세트를 찾아갈 수가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나는 자신이 커다란 호수와 모든 종류의 바나나 나무와
열대지방의 수목처럼 보이는 것이 우거져있는 야외에 나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스터 펠더도 그곳에 있었는데, 그는 나를 보자 뛸듯이
기뻐하면서 소리치는 것이었다. "환상적이야 베이비! 자네는 그 배역에
완벽하게 들어맞는군!"
"그것이 무슨 배역인데요?"
내가 묻자 그는, "아아, 내가 말해주지 않았던가? 나는 지금 <검은
산호초에서 온 괴물>을 재영화화하고 있다네." 하고 말했다.
나같은 바보라도 그가 내게 연기하기를 원하고 있는 배역이 무엇인가는
추측할 수가 있었다.
미스터 펠더는 그가 조금 전에 말다툼을 벌리고 있던 여자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포레스트." 하고 그는 말했다.
"라쿠엘 웰치를 소개하겠네."
나는 깜짝 놀라서 자빠질뻔했다! 라쿠엘 웰치의 실물이 그곳에 서 있었다.
가슴이 깊이 패여진 가운을 걸치고서 말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마스크를 통해서 말했다. 그러나 라쿠엘 웰치는 말벌처럼 화가
잔뜩나서 미스터 펠더를 돌아보았다.
"대체 저 사람이 뭐라고 말하는 거예요? 내 젖가슴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거죠!"
"천만에 베이비, 그런게 아니라니까," 미스터 펠더는 말했다.
"그는 그냥 당신을 만나서 반갑다고 말한 것 뿐이라구. 그가 쓰고 있는
마스크 때문에 당신이 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거야."
나는 그녀와 악수를 하기 위해서 물갈퀴손을 내밀었으나 그녀는 1피트
가량 쩡층뛰어서 물러나며 말했다.
"어머 징그러워! 이 빌어먹을 물건을 치워버리지 못하겠어요!"
좌우간 미스터 펠더는 영화의 스토리는 이렇다고 설명해 주었다 ----
라쿠엘 웰치는 물에 빠져서 버둥대다가 기절을 하고만다. 그러면 그녀의
밑에서 내가 떠올라와서 그녀를 구해가지고 물밖으로 그녀를 안고 나온다.
그러나 그녀가 다시 의식을 회복했을 때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고 너무나
무서워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나를 내려놓아줘! 살려줘요!
강간하려고해요!" 하는 그런 시시한 줄거리다.
"그러나" 하고 미스터 펠더는 말했다. 나는 그녀를 내려놓지 않는다. 왜냐
하면 어떤 악당들이 우리들을 쫓아 오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내려놓지 않고 그녀를 정글 속으로 안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우리들은 그 장면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번째 연기를
했을 때 나는 꽤나 잘 해냈다고 생각했다. 비록 라쿠엘 웰치가, "나를
내려놓아라! 살려줘요, 경찰!"운운 하고 악을 써댄다 해도 실제로 품안에
그녀를 끌어안는다는 것은 정말로 꿈만 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스터 펠더는 연기가 시원치 않다고 하면서 우리들에게 처음부터
다시 해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도 별로 신통치가 않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들은 똑같은 장면을 열몇 번 가량을 되풀이 해야만 했다. 다시 하라고
말할때마다 라쿠엘 웰치는 미스터 펠더에게 불평을 늘어놓고 대들고
저주를 퍼부었으나 그는 "뷰티플 베이비, 뷰티플!" 운운만 계속 늘어놓을
뿐이었다.
그런데 내 자신은 심각한 문제를 느끼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 5시간
동안, 그 괴물의 의상을 내리다지로 입고 있었고, 또 불행하게도 그
의상에는 오줌을 눌 구멍이나 지퍼도 달려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당장이라도 오줌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줌이
마렵다고는 말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왜냐 하면 이것은 진짜로 영화를
찍는 것이고, 그래서 그 누구도 나 때문에 화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에 나는 다음번에
물속에 들어갔을 때, 그냥 옷을 입은 채로 오줌을 싸기로 결심을 했다.
물속에 오줌을 싸 보았자 내 다리로 흘러내려가거나 잘하면 산호초 안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미스터 펠더가 외쳤다.
"액션!"
그리고 나는 물속으로 들어가서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라쿠엘 웰치는
물속에서 버둥거리고 있다가 기절을 했다. 그리고 나는 물속으로 다이빙해
들어가 그녀를 구해내 가지고 호수가로 안고 나왔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나를 주먹으로 치기 시작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살려줘요! 살인자! 나를 내려 놓으라구!"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것을 중단하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게 무슨 냄새지?"
미스터 펠더가 고함을 질렀다.
"컷트!"
그리고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지금 당신 뭐라고 말했지 베이비?
그런 말은 대본에 없는데."
그러자 라쿠엘 웰치가 말했다,
"대본 좋아하시네! 여기서 뭔가 고약한 냄새가 난단 말이예요!"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내쪽을 보고 말했다.
"이봐, 당신 -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오줌을 싼 것 아니예요?"
나는 너무나도 곤혹스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잠시
동안 그녀를 끌어안은채 우둑허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고는 얼른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천만에 말씀."
그것은 내 평생에 있어서 첫 번째로 한 거짓말이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오줌을 싼 것이 분명해요." 그녀는 말했다.
"왜냐 하면 나는 냄새를 맡아보면 그것이 오줌이라는 것을 금방 아니까!
그리고 그것은 나는 아니라구요! 그렇다면 그건 틀림없이 당신이라구!
어떻게 감히 내게다 오줌을 쌀 수 있지, 이 덩치만 크고 쓸모 없는
인간아!"
그리고는 주먹으로 나를 치면서 악을 쓰기 시작했다.
"빨리 나를 내려놓지 못하겠어!" 그리고 "내게서 떨어지란 말이야!"
그러나 나는 장면이 시작된 줄 알고 그녀를 안고 정글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미스터 펠더가 소리쳤다.
"액션!"
카메라는 다시 한 번 돌기 시작하고, 라쿠엘 웰치는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진지함으로 나를 때리고 할퀴고 악을 써댔다. 미스터 펠더는
카메라 옆에서 고함을 질렀다.
"바로 그거야, 베이비 ---- 환상적이구만! 계속해!"
나는 미스터 트리블도 역시 그 곳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애써 딴전을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정글 속으로 몇발자국 들어갔을 때, 나는 일단 걸음을 멈추고 미스터
펠더가 전에도 그랬던 것 처럼 그 장면에서 "컷트!" 하고 고함을
치지않을까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나 그는 야만인처럼 주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면서 연기를 계속하라는 몸짓을 하며 외쳐댔다.
"완벽해! 베이비!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던 연기야! 그녀를 계속
정글속으로 안고 들어가라구!"
라쿠엘 웰치는 아직도 나를 할퀴고, 주먹질을 하고,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내게서 떨어지지 못하겠어. 이 더러운 짐승놈!"이니 뭐니하고. 그러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키는대로 계속 걸어갔다.
그런데 돌연 그녀는 찢어지는 것 같은 새된 소리를 질렀다.
"오오, 맙소사! 내옷!"
그때까지 나는 모르고 있었으나 밑을 내려다보니까, 오는 도중에 옷이
덤불에라도 걸려서 올이 풀려 나갔는지 라쿠엘 웰치는 내품안에서
발가벗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아니, 이럴 수가!" 그리고 몸을 돌려서 다시 정글 밖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악을 써댔다.
"안돼! 안돼! 이 병신아!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그곳으로 돌아 갈 수가
있겠어!"
나는 그녀에게 내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느냐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숨어 있을만한 장소를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계속 걸어서 정글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때, 갑자기 난데 없이 나무들 사이에서 커다란 물체가 나타나더니
덩굴을 타고 우리들 쪽으로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 물체는 일단
우리들의 머리위를 스쳐 지나갔는데, 나는 그것이 어떤 종류의 원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 그녀석은 다시 날아 돌아와서 덩굴을 놓고
우리들의 코 앞에 내려섰다. 나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놀랍게도 그것은
다름 아닌 옛 친구 수였던 것이다!

라쿠엘 웰치는 또 다시 소리를 치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는 내
다리를 붙잡고, 포옹을 했다. 나는 괴물의 의상을 입은 나를 그가 어떻게
알아보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만에야 라쿠엘 웰치는 입을 열었다.
"당신 이 빌어먹을 놈의 비비를 알고 있어?"
"그 친구는 비비가 아니라구요." 나는 항의했다.
"그는 오랑우탄이고, 이름은 수라고 하지요."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좋아요. 만일 이것이 숫컷이라면 이름이 어떻게 수가 되죠?"
"그것도 얘기를 하자면 긴 사연이 있지요."
어쨌든 라쿠엘 웰치는 양손으로 알몸을 가려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으나 수가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바나나 나무에서 커다란 잎을
두개 뜯어가지고 그것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몸을
부분적으로나마 가렸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우리는 정글 세트를 가로질러서 타잔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또 다른 세트로 들어갔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는
엑스트라로 출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뉴기니아의 피그미 족으로부터
구출된 지 얼마 뒤에 백인 사냥꾼들이 찾아와서 수를 붙잡아 가지고,
로스앤젤레스로 데려와서 어떤 동물 조련가에게 팔아먹고, 그들은
그때부터 그를 영화를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우리들은 라쿠엘 웰치가 비명을 지르고 욕을 퍼붓고 있기 때문에 -
"당신은 내가 옷을 사 입을 수 있는 곳까지 데려다 줄 책임이 있다구."-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비록 촬영 세트이기는
하지만, 나는 정글속의 어디에서 옷을 구할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계속 앞쪽으로 결어
나갔다.
아니나 다르까. 어떤 일이 일어나기는 일어났다. 우리는 갑자기 커다란
울타리에 부딪친 것이다. 그때 나는 울타리의 너머 쪽에는 옷을 구할 수
있을 만한 장소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수가 울타리의 허술한 곳을
찾아내 가지고 우리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판자를 들어주었다.
그러나 나는 울타리의 반대편으로 나가자마자 발을 디딜만한 곳이 아무
것도 없어서 나와 라쿠엘은 그 언덕의 사면을 곤두박질을 쳐서 내려갔다.
우리들은 언덕의 기슭까지 데굴데굴 굴려서 내려갔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까 놀랍게도 커다란 도로의 가장자리에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아아, 하느님 맙소사!"
라쿠엘 웰치가 소리를 질렀다.
"우리들은 산타 모니카 고속도로 위에 있다구!"
나는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그곳에서는 수가 언덕의 사면을 성큼성큼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한참 뒤에 무사히 우리가 있는 곳으로
내려서고, 우리들 세 명은 그 곳에 모여 섰다. 라쿠엘 웰치는 알몸을
가리기 위해서 바나나 잎을 바쁘게 아래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는 물었다. 자동차가 쌩쌩 옆을 지나쳐갔다. 비록 우리들의 모습이
괴상하게 보이기는 하겠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들에게 조그만 주의도
기울여 주지 않았다.
"당신은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 줄 책임이 있다구!" 그녀는 비난했다.
"나는 우선 옷부터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구!"
"어디서요?"
"아무데서나!" 그녀는 악을 썼다. 그래서 우리는 산타 모니카 고속도로를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 뒤에 우리들은 어떤 언덕 위에 커다란 흰글자로 '헐리우드'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라쿠엘 웰치가 말했다.
"우선 이 빌어먹을 놈의 고속도로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돼. 그리고는 옷을
살 수 있는 로데오 드라이브로 가지않으면 안 된다구."
그녀는 알몸을 가리기 위해서 엄청나게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자동차가 앞쪽에서 다가올 때마다 그녀는 바나나 잎을 앞으로
가져가야했고, 자동차가 뒤에서 달려올 때는 궁둥이를 가리기 위해서 뒤로
가져가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오고가는 자동차로 붐비는
고속도로에서 그것은 참으로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부채를 사용해서
춤을 추는 누드 댄서처럼 보였다.
그래서 우리들은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저 재수없는 원숭이는 우리를 꼭 이렇게 따라와야만 하지?"
라쿠엘 웰치가 불평을 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괴상망칙하게 보일 텐데!"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으나, 뒤를 돌아다 보았다. 수는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이전에 라쿠엘 웰치를 만난 일이
없었지만, 그는 감정이 상했으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쨌든 우리들은 계속 걸어갔고, 사람들은 아직 아무도 우리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마침내 우리들은 사람들로 붐비는 넓은 거리에
다달았다. 그러나 라쿠엘 웰치가 말했다. "이럴 수가 있담 ---- 여기는
선셋 대로잖아! 벌건 대낮에 선셋 대로를 벌고벗고 결어가다니 대체
사람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좋지!"
그제서야 나는 그녀가 말하는 뜻을 가까스로 알 수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다행이었다, 나는 아무도 나를 알아 볼 수 없는 괴물의 옷을 입고
있었으니까, --- 설사 내가 라쿠엘 웰치하고 같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들은 교차점에 도달했다. 거리의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었을 때,
우리들 세 명은 거리를 횡단했다. 라쿠엘 웰치는 바쁘게 부채춤을 추었고,
그녀는 마치 무대 위에 선 것 처럼 자동차에 탄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평생 이런 창피한 꼴을 당해보기는 처음이라구!"
그녀는 낮은 소리로 내뱉았다.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 어디 옷만 구해입어 봐라. 당신의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놓을 데니까, 이 덩치 큰 병신아!"
교통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차 안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일부가 경적을
울려대면서 손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아마도 라쿠엘 웰치라는 것을 알아
본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가 거리를 건너갔을 때, 몇대의 차는 방향을
바꿔서 우리들의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윌셔 대로에 도달했을 즈음에는
우리들은 상당한 군중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집과
상점에서 나와, 우리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의 행렬같았다---- 그리고 라쿠엘 웰치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져 있었다.
"당신은 이 고장에서 다시는 일을 할 수가 없을 거야!"
그녀는 군중들에게 웃어 보이면서 내게 말했다. 그녀의 이빨은 앙다물어져
있었다.
조금더 멀리 갔을 때, 그녀는 말했다.
"아아--- 드디어 --- 여기가 로데오 드라이브로라구."
나는 길모퉁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말로 여자의 옷가게가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툭 치고, 그곳을 손가락질 해 보였다. 그러나 라쿠엘
웰치는 말하는 것이었다.
"안돼 --- 저곳은 포파갈로의 부띠끄라구. 요즘에 포파갈로의 옷을 입는
사람은 죽은 사람들 뿐이라구."
그래서 우리들은 한참을 더 걸어갔다. 그제서야 그녀가 말했다.
"저기 --- 저기 지안니의 부띠끄가 보이지 --- 저 집에는 몇벌 쓸만한
옷들이 걸려있을 거야."
우리들은 그 양장점 안으로 들어갔다.
문 옆에는 조그만 콧수염을 기르고, 흰 양복에 손수건을 윗주머니에 꽂은
판매원이 서 있었다. 그는 우리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우리들을 아주
조심스러운 눈으로 살펴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부인?" 그는 물었다,
"옷을 사려고 왔어요." 라쿠엘 웰치는 말했다.
"어떤 옷을 원하십니까?" 판매원은 말했다.
"아무 것이나, 멍청한 사람 같으니라구--- 당신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이지도 않아?"
그러자 판매원은 옷들이 걸려있는 진열장을 가리키고 저곳에 그녀의
사이즈에 맞는 옷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라쿠엘 웰치는
그곳으로 가서 드레스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사분들께도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겠습니까?"
판매원은 나와 수를 향해서 물었다,
"우리들은 그냥 그녀와 함께 온 것 뿐입니다." 나는 말하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군중들은 상점 바깥에 몰려서서 유리창에 코를 들이대고
들여다 보고 있었다.
라쿠엘 웰치는 일곱여덟 벌 가량의 옷을 골라서 뒷쪽으로 가서 입어보고
있었다. 한참 있다가 그녀는 뒷쪽에서 나타나서 말했다.
"이봐요 이 옷, 어때요?" 그것은 많은 벨트와 고리장식이 달린 갈색
비슷하게 보이는 드레스로서 가슴팍이 깊이 파여있었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아가씨."
판매원은 말했다.
"어딘지 모르지만 ---- 당신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데요" 그래서 그녀는
뒷쪽으로 가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그러자 판매원이 말했다.
"아아, 멋있습니다! 정말로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럼 이걸 사겠어요." 하고 라쿠엘 웰치가 말하자 판매원이 물었다.
"좋습니다--- 옷값은 어떻게 지불하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녀가 반문했다.
"그러니까 현금이냐 수표냐 신용카드냐 그겁니다."
"이봐요. 얼간이 양반--- 당신은 그와 같은 것을 내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도 모르겠어요? 도대체 내가 그 빌어먹을 것을 어디에
집어넣고 다닌다고 생각하나요?"
"제발, --- 쌍소리는 쓰지 맙시다" 판매원이 점잖게 타일렀다.
"나는 라쿠엘 웰치예요."
그녀는 판매원에게 화가 발끈나서 말했다.
"나중에 당신에게 옷값을 지불하라고 누군가 다른 사람을 보내겠어요."
"죄송합니다만, 아가씨." 하고 그는 말했다.
"우리들은 그런 식으로는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라쿠엘 웰치란 말이예요!" 그녀는 악을 썼다.
"나를 보고도 몰라 보겠어요?"
"내말 들어요, 아가씨." 하고 판매원은 가당치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곳에 찾아오는 여자들의 절반 이상은 자기가 라쿠엘 웰치나
파라파센트나 소피아 로렌이나 누구라고 말한다구요. 당신은 신분증같은
것을 갖고 있나요?"
"신분증!" 하고 그녀는 고함을 질렀다.
"당신은 내가 어디에 신분증을 넣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신분증도 없고, 신용카드도 없고, 현금도 없다면 --- 옷도 팔 수가
없습니다." 판매원은 딱 잘라 말했다.
"내가 누군지 증명해 보여주겠어." 라쿠엘 웰치는 말하고, 갑자기
드레스의 앞쪽을 끌어내렸다.
"빌어먹을!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렇게 큰 유방을 가진 여자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그녀는 악을 썼다. 상점 밖에서는 구경꾼들이 미친듯이 유리창을 두들기며
고함을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판매원은 조그만 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경비원으로 보이는 몸집이 큰 사나이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말했다.
"이제 그만 됐소. 당신들을 모두 체포하겠소. 조용히들 따라오시오.
공연한 말썽을 피우고 싶지 않거든"

^co 23.

이렇게해서 나는 또 다시 감방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 경비원이 우리들을 체포한 직후에 두 대의 경관을 가득 태운 자동차가
상점 앞에 와서 멋고, 경관 하나가 판매원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그래,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소?"
"이 여자가 자기가 라쿠엘 웰치라고 우겨대고 있습니다"
판매원은 말했다. "여기서 바나나의 잎을 두르고 나타나서, 옷을 산다고
해놓고는 돈을 내지 않는 것입니다. 이들 두 명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게는 그들도 수상쩍게 보입니다."
"나는 라쿠엘 웰치라구요!"
그는 소리쳤다.
"그렇겠지, 아가씨."
하고 경관은 손가락질했다.
"그리고."
경관의 우두머리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서 나와 수를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우리들은 영화계에 종사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 괴물 의상을 입고 있는거요?" 하고 그는 물었다.
"그렇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그러면 저 사람은 어떻게 된 거요?" 그는 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 생각에는 저것은 진짜하고 꼭같은 의상같아 보이는데."
"그것은 의상이 아닙니다."
나는 말했다.
"그는 순종 오랑우탄입니다."
"정말이요?"
경관은 말했다.
"그럼, 좋은 얘기가 있으니까 들어보시오. 경찰서에도 영화를 만드는
친구가 하나있는데, 그 친구가 아마 당신들을 찍고 싶어할게요. 그러니
당신도 함께 갑시다--- 그리고 갑자기 움직이거나 하지 마시요.
위험하니까,"
어쨌든 미스터 트리블이 찾아와서 다시 나를 보석으로 빼내 줘야만 했다.
그리고 미스터 펠더는 라쿠엘 웰치를 빼내기 위해서 일대 소대의
변호사들과 함께 나타났다. 그녀는 그때는 이미 히스테릭 상태에 빠져
있었다.
"당신 어디 두고 보자구!"
그녀는 그들이 석방할 때 나를 향해서 악을 썼다.
"내가 나가기만 하면, 당신은 악몽속에서 잠든 하인역 조차도 하지
못하도록 만들 테니까!"
그녀의 말은 아마 옳을 것이다. 모든 상황을 살펴볼 때, 나의
영화계에서의 출세는 물건너간 것 같았다.
"이런 것이 인생일세, 친구--- 하지만 언젠가 시간을 봐서 점심이나 함께
하세."
미스터 펠더는 경찰서를 나가면서 내게 말했다.
"그 괴물 의상은 나중에 호텔로 사람을 보내서 가져 가겠네."
"자, 가지 포레스트."
미스터 트리블은 말했다.
"자네와 나에게는 또 다른 큰 사업이 남아있지 않은가."
호텔로 돌아오자 미스터 트리블과 나와 수는 우리 방에 앉아서 회의를
열었다.
"수가 여기에 있으면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일세."
미스터 트리블은 말했다.
"우리가 그를 이 방에 데리고 오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나? 뒷문으로 해서
비상 계단으로 숨어 올라와야 했네. 오랑우탄과 함께 여행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세. 우리는 그런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되네."
나는 그에게 수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말했다.
정글에서 여러 차례 내 목숨을 구해준 사실로 얘기했다.
"물론 나는 자네의 감정을 모르는 바는 아닐세."
하고 그는 말했다.
"정 그렇다면 나도 기꺼이 노력을 해보겠네. 하지만 그도 예절바르게
행동해 주지 않으면 안돼. 그렇지 않으면 틀림 없이 우리들 모두가 곤경에
빠져들게 될 것일세."
"수는 잘 해낼 겁니다."
나는 말하고 수는 원숭이처럼 히죽이 웃으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여하튼 다음 날은 나와 <정직한 이반>으로 알려진 세계 선수권 보유자
이반 페트로키비치와의 사이에 체스 결승전이 열렸다. 미스터 트리블은
나를 양복점으로 데리고 가서 턱시도를 빌려입게 했다. 그만큼 결승전은
중대한 사교적인 행사였고, 유명 인사들도 대거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승자에게는 만 달러의 상금을 주어지게 되어 있고, 그 절반의 돈만
있으면 새우 양식사업을 시작하는데 충분하기 때문에 나는 어떤 실수도
해서는 안 되었다.
하여간 우리들은 체스 시합이 열리는 커다란 홀로 들어갔는데 그 곳에는
약 천명 가량의 사람들이 빽빽히 앉아 있었고, 테이블에는 이미 <정직한
이반>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나를 무하메드 알리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정직한 이반>은 프랑켄슈타인 괴물처럼 넓은 이마를 가진, 덩치가 큰
러시아인으로서 바이얼린 연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고 길다란
머리칼을 갖고 있었다. 내가 단 위로 올라가서 자리에 앉자 그는 나를
보고 뭔가 투덜거리고 다른 사람이 말했다.
"시합을 시작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래서 운명의 일전은 시작되었다.
<정직한 이반>이 백팀을 가졌기 때문에 그가 선수를 잡고 "폰지아니
오프닝"이라고 불리우는 수를 썼다.
나도 "레티 오프닝"을 사용해서 첫수를 두었다. 모든 것은 스무스하게
진행되어갔다. 우리 두 사람은 각기 두수씩을 더두었다. 그러자<정직한
이반>은 포크비어 잼빗으로 알려진 수를 써서, 그의 기사를 움직여서 나의
성장을 잡을 수 있는 가를 타진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오는 것을 알고, 노스 아크 트랩이라고 불리우는 수를
써서 오히려 그의 기사를 잡아버렸다. <정직한 이반>은 별로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았으나 타랴슈 드리트의 수를 써서 나의 비숍을
위협함으로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여왕의 인디안 디펜스로 응수했고,
그것은 그에게 셰베니겐 배리에이션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그것은
나에게 베노니 카운터 수를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정직한 이반>은 얼마간 좌절감을 느낀 것 처럼 보였는데, 그는
손가락들을 비틀고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는 한참있다가 프라이드
리버 어랙이라고하는 절망적인 수를 시도해 왔으나 나는 알렉키네의
디펜스로 방어했고, 그는 움직임을 딱 멈춰 버렸다.
그것은 얼마동안 교착상태에 빠질 것 처럼 보였지만, <정직한 이반>은
호프만 매누버를 써서 탈출해 나갔다! 나는 미스터 트리블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내게 희미하게 웃어 보이고 입술과 입을 움직여서
"지금이다!"하는 형태를 지어 보였다.
나는 그가 말하는 뜻을 알고 있었다.
정글에서 "빅 샘"이 나에게 가르쳐 준 두 가지 정도의 트릭이 있는데,
그것은 책에도 나와 있지가 않은 것으로서 지금이 그것을 사용할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 그것은 "코코닛 잼빗"의 "쿡킹 풋
배리에이션"으로서, 나는 여왕을 미끼로 이용해서 상대가 여왕을 잡기위해
자신의 기사를 위험에 빠뜨리도록 유인했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정직한 이반>은 그것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덥석 여왕을 잡아먹고 오히려 내가 곤경에
빠져 버렸다! 그래서 나는 그라스 헛 프로이 라고 불리우는 수를 썼는데,
그것은 그를 속이기 위해서 나의 마지막 성장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나의 성장과 또 다른
비숍까지 잡아먹고, 패트로프 첵크로 나를 끝내버릴 준비를 갖추었다.
그때 나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서 피그미 드리트로 역습을 시도했다.
피그미 드리트는 "빅 샘"의 특기중의 하나로서 그는 내게 그것을 속속들이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그것은 기습적인 전술로서 몇개의 다른 말들을
미끼로 사용하는 것인데 만일 상대가 '피그미 드리트'의 말려 든다면 그는
보따리를 싸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이 작전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만일 이것이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면, 내게는 더 이상 뾰죽한 수가 없기
때문에 손을 털고 일어날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정직한
이반>은 두어번 입속으로 뭔가 투덜거리고는 스퀘어 에이트로 옮기기
위해서 기사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그가 '피그미 드리트'의 수에
속아넘어 갔다는 것을 의미하고 두 번만 더 두면 체크를 부르고, 그는
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수도 쓸 수 없는 속수무책의 상태에 빠질 것이었다.
그러나, <정직한 이반>은 뭔가 위험한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는 기사를 스퀘어 화이브로부터 스퀘어 에이트로로 옮기려고 하다가
다시 돌아갔다가 하기를 열 번 가량 되풀이했으나 절대로 말에서 손을
떼지는 않았다. 손을 떼기만 하면, 그 말을 쓴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관중들은 모두들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너무나 흥분하고 긴장이
되어서 당장이라도 오줌을 쌀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서 미스터 트리블을 보았다. 그는 마치 기도라도 하는 것
처럼 눈알을 굴려 천정을 올려다 보고 있었고, <정직한 이반>과 함께 온
사람은 오만상을 찌푸리고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직한 이반>은 말을 들어서 두세번 더 스퀘어 에이트에 가져갔으나 항상
스퀘어 화이브에 다시 갖다놓았다. 마침내 그는 무슨 결단을 내린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다시 한 번 말을 집어들고 스퀘어 에이트 위에서 맴돌게
했다. 그때 나는 숨을 죽이고 홀안은 무덤처럼 고요했다. <정직한 이반>은
아직도 말을 들고 망설이고 있었고 내 가슴은 마치 북을 치는 것 처럼
쿵쿵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는 나를 똑바로 응시하는 것이
아닌가 --- 그 다음에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하여간 나는
너무나도 흥분해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 돌연 나는 누군가가 침대 시트를
절반으로 찢는 소리와 같은 커다란 구린 방귀를 뀌고 말았던 것이다.
<정직한 이반>은 얼굴에 경악의 표정을 띄고, 갑자기 말을 떨어 뜨리고는
양손을 들어서, "어이쿠!" 하고 코를 막았다. 우리들 주위에서 있던
사람들은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고 중얼중얼거리면서 손수건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나는 토마토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소동이 다시 갈아앉자. 나는 체스판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정직한 이반>은 그의 기사를 스퀘어 에이트에다 내려놓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손을 뻗어서 나의 기사로 그것을 잡아먹고, 그 다음에 그의 졸들 두
개와 여왕과 마지막으로 왕을 차례로 잡고. 체크메이트! 나는 우승을
따내고 우승상금 5천 달러를 손에 넣은 것이다. '피그미 드리트'는 다시
한 번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한편, <정직한 이반>은 커다란 제스처로 항의를 하고, 그와 함께 온
사람은 즉각 나에 대해 정식으로 항의를 제기했다.
대회의 주최자는 규칙집을 들쳐서 다음과 같은 규정을 찾아냈다.
"선수는 시합이 진행되는 동안, 상대방 선수의 주의를 흐트러뜨리게하는
행위를 고의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미스터 트리블은 달려가서 항의했다. "우리 선수가 한 행위를 고의적으로
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데요. 그것은 일종의
본의아닌 자연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자 대회 주최자는 다시 규칙집을 부지런히 들치더니 다음과 같은
규정을 찾아냈다.
"선수는 상대방 선수에게 무례하거나 불쾌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보세요." 하고 미스터 트리블을 반박했다.
"당신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방귀를 뀌고 싶은 욕구를 느낀 적이
없단말이요? 포레스트는 방귀를 악의가 있어서 뀐 것은 아닙니다. 그는
그곳에 오랫 동안 앉아 있었으니까 당연한 것 아닙니까?"
"나도 모르겠습니다."
주최자는 말했다.
"내가 보기로는 그의 선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그에게 다시 도전할 기회는 줄 수 있지 않습니까?"
주최자는 잠시 동안 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글쎄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런 종류의 일을 용납할 수가 없으니까, 그는 방귀를
억제하는 법부터 배워야 할 것이오. 아시겠습니까?"
따라서 나는 다시 시합을 끝내도록 허용될 수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
그러나 그때 돌연 홀의 뒷쪽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어떤 여자가
비단찢어지는 듯한 쇠된 목소리로 비명을 질러댔던 것이다. 고개를 돌려
그쪽을 보니까 수가 샹데리아 위에 올라타고 내쪽으로 날아 오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샹데리아가 내 머리 위까지 왔을 때, 수는 체스판 위로 뛰어 내려서
말들을 사방팔방으로 흐트러 놓았다.
<정직한 이반>은 의자에 앉은채로 뒤로 벌렁 넘어졌고, 넘어지면서
보석상을 위한 선전을 하러 온 것 같은 뚱뚱한 여자의 드레스를 절반으로
쭉 찢어놓았다. 그녀는 주먹을 휘둘러대고 비명을 지르다가 주최자의
콧등에 주먹을 한방 먹이고, 수는 꽥꽥 소리를 지르면서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공황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발을 구르고 넘어지고 하면서
경찰을 부르라고 악을 써댔다.
미스터 트리블은 내 팔을 움켜잡고 말했다.
"여기서 빨리 빠져나가세, 포레스트. 자네는 이미 이 고장의 경찰을
보기싫도록 만나 보았으니까."
그 말은 나로서도 부인할 수 없었다.
우리는 무사히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미스터 트리블은 또 다시 회의를
열어야겠다고 말했다.
"포레스트."
그는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체스 시합으로 재미를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네. 자네는 환상적으로 체스를 둘 수가 있지. 그러나 다른 일들이
너무나 복잡하게 꼬여든다는 말일세. 오늘 오후에 일어난 일만 해도
그렇지. 그런 기상천외한 일이 일어날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 역시 굉장히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을 얘기해줘야겠네. 자네는 참으로
좋은 청년이야 포레스트. 자네를 이곳 캘리포니아에 그냥 남겨두고 나
혼자서만은 떠날 수가 없네. 따라서 나는 자네와 수가 알라바마든 어디든
자네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수배를 해줄 생각일세. 나도 물론
자네가 새우 양식 사업을 시작할 밑천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
그런데 자네의 승리 수당은 내가 쓴 모든 경비를 제외하면 5천 달러가
약간 모자라게 남게되네."
미스터 트리블은 내게 봉투를 건네주었다. 봉투 안을 들여다 보니까 백
달러 지폐가 한 뭉치 들어 있었다.
"자네의 사업이 성공하기를 비네." 하고 그는 격려해 주었다.
미스터 트리블은 전화로 택시를 불러서 우리들을 기차역까지 태워다
주었다. 그는 또한 수를 나무상자에 넣어서 화물칸에 타고갈 수 있도록
해주고 내가 화물칸에 이따금 찾아가서 음식과 물을 줄 수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나무상자를 가져와서 수를 그 속에 집어넣고 그것을
들고갔다.
"행운을 비네, 포레스트." 미스터 트리블은 말하고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여기 내 명함이 있네 - 그러니 계속 연락을 취하고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게나 알겠지?" 나는 명함을 받아넣고, 다시 한 번
악수를 나누었다. 그러나 그와 헤어지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왜냐 하면
미스터 트리블은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고, 내가 그를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나는 기차 안의 내 좌석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미스터
트리블은 아직도 플랫폼에 서 있었다. 기차가 출발할때, 그는 내게 손을
들어보이고, 작별의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해서 나는 다시 그 고장을 떠났다. 그날 밤 나는 오랫 동안 내
머리에는 수많은 꿈들로 꽉 차 있었다 ---- 다시 고향으로 우리
엄마에게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옛 친구 버바와 새우양식 사업에
대해서, 그리고 물론 제니 커란에 대해서, 그리고 이 세상의 다른
무엇보다도 나는 그러한 바보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했다.

^co 24.

드디어 나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기차는 오전 3시 경에 모빌역에 도착하고 사람들은 상자에 든 수를
화물칸에서 내려주었다. 그리고 기차는 우리들을 플랫폼에 남겨둔채
떠나갔다. 역의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몇사람과 역사의 밴치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사람을 빼 놓고는 우리들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수와 나는 다운타운으로 걸어가서, 마침내 버려진 건물에서 잠을
잘 곳을 찾아냈다.
이튿 날 아침, 나는 부두가로 가서 수가 먹을 바나나를 사고, 간이
식당에서 옥수수와 달걀과 베이컨과 팬케이크로 푸짐한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는 엄마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난한 자매들의 집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가는 도중에 옛날에
우리집이 서 있던 곳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잡초가 우거지고 불에 탄
목재들이 흐트러져 있는 빈 들판 밖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것을 보는 것은 매우 기묘한 느낌으로서 우리들은 계속 걸어갔다.
가난한 자매들의 집에 다다르자 나는 수녀들을 놀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수를 뜰에서 기다리게 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우리 엄마의 소재를 물었다.
원장 수녀는 더할 수 없이 친절했다. 그녀는 엄마가 신교도와 함께 떠나
버렸다는 것을 빼 놓고는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으나
엄마가 오후에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자주 나가서 앉아있던 공원에 가서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일러주었다. 그래서 나는 수를 데리고 공원에를
가 보았다.
공원의 밴치에는 몇사람의 부인들이 앉아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가서
그중의 한 부인에게 내가 누구라는 것을 밝혔다. 그러자 그녀는 수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잘 하면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러나 그녀는 엄마가 공원의 반대편 지구에 있는 어떤 세탁 공장에서
바지를 다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얘기만을 해 주었다.
그래서 나와 수는 그곳으로 달려가서 세탁소에서 땀을 흘리며 바지를
다리고 있는 불쌍한 엄마를 찾아냈다. 나를 보자, 엄마는 하던 일을 모두
팽개치고 내 품 안에 몸을 던졌다.
그녀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과 꼭같이, 울면서 양손을 비비꼬았다.
선량한 우리 엄마.
"오오, 포레스트."
그녀는 흐느끼면서 말했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구나. 너를 생각하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 네가
떠난 다음부터 매일 밤 울면서 잠이 들었단다."
그러나 그것은 조금도 나를 놀라게 하지 못했다. 나는 그녀에게 신교도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 비열한 인간!"
엄마는 말했다.
"신교도와 함께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 깨달아야했지. 한달도
채 못되어서, 그놈은 나를 버리고 열여섯 살짜리 계집애를 끌어
들이더구나 ---그 인간은 거의 60세가 가까웠는데 말이다. 내 말을
명심해라. 신교도는 도덕이고 뭐고 없다는 것을."
바로 그때, 세탁공장 안에서 커다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디스, 당신 누군가의 바지에다 다리미를 그냥 얹어놓고 간 것
아니야?"
"아이쿠, 맙소사!"
엄마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공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돌연 커다란
연기기둥이 창문을 통해서 뿜어나오고, 안에 있던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고, 욕질을 하고 저주의 말을 퍼부어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엄마가
커다란 체격의 추한 대머리 사나이에게 끌려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사나이는 어머니에게 소리치면서 거칠게 떠밀었다.
"나가! 썩 나가!"
그는 악을 썼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바지를 몇벌째 태워먹는 거야!"
엄마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나는 그 사나이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우리 엄마에게서 손을 떼주었으면 좋겠는데요."
"당신은 대체 누구야?"
그는 물었다.
"포레스트 검프요."
내가 대답하자 그는 말했다.
"당신도 여기를 나가라구. 그리고 나갈 때는 당신의 엄마도 데리고 가는
거야. 그 여자는 더 이상 여기서 일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당신, 우리 엄마에게 그런 투로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내가 말하자 그 녀석이 마주 대들었다.
"그래? 네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그래서 나는 그에게 그것을 보여 주었다.
첫 번째로, 나는 그를 붙잡아서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그 다음에는 그들이
옷을 세탁하는 커다란 대형 세탁기가 있는 곳으로 들고가서 뚜껑을 열고
그를 그 속에다 집어넣고 다시 뚜쩡을 닫고 "회전"이라고 쓴 다이얼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그를 보았을 때 그는 "린스"를 향해서 회전하고
있었다.
엄마는 소리를 내서 울면서 손수건으로 연상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오오, 포레스트 이제 나는 일자리를 잃어버렸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나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모든 것이 잘 될 거예요. 왜냐 하면, 내게는 계획이 있으니까요."
"네가 어떻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거냐, 포레스트?" 그녀는 말했다.
"너는 바보가 아니냐? 어떻게 불쌍한 바보가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거야?"
"두고 기다려 보세요."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여하튼 나는 고향으로 돌아온 첫날부터 첫 출발을
멋지게 장식한 것이 기뻤다.
우리들은 세탁공장을 나와서, 엄마가 기거하고 있는 하숙집 쪽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에게 수를 소개시켜 주었고, 엄마는 최소한
내가 어떤 종류의 친구를 갖게된 것을 기뻐했다 ---- 비록 그 친구가
원숭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엄마와 나는 하숙집에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그녀는 수에게
부엌에서 오렌지를 가져다주었다. 그 뒤에 나하고 수는 버바의 가족이
살고있는 바이유 라 바틀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예상한대로 내가 마지막으로 본 엄마는 우리가 떠날때 하숙집의
포치에 서서 눈물을 닦으며 흐느껴 울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의 생활비와 집세를 위해서 엄마에게 5천 달러의 절반을 주고
왔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버스가 바이유 라 바틀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버바의 집을 찾는데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밤 8시 경이었으나 내가 문을 두드리자 노인이 한
사람 나타나서 무슨 일로 찾느냐고 물었다. 나는 노인에게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고, 버바를 미식축구 선수 시절과 군대시절부터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은 얼마간 불안해하는 모습이었으나 그래도 나를
집안으로 불러들였다.
나는 이 고장 사람들이 수와 같은 오랑우탄을 본 적이 없을 테니까,
그에게 마당에 머물면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다.
어쨌든간에 그 노인은 버바의 아버지로서, 내게 아이스티를 한 잔 권하고,
수많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버바에 관해서 얘기를 듣고 싶어하고,
그가 어떻게 죽었는 가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해서, 나는 최선을 다해서
버바의 얘기를 해주었다.
끝에 가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몇년 동안, 내게 궁금한 것이 한가지 있었다네. 포레스트--- 자네는
버바가 무엇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총에 맞아서 죽었죠."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으나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내가 물어보는 의미는 그것이 아닐세. 내가 묻고 있는 것은 왜?
무엇을 위해서 죽었느냐는 거지, 우리는 왜 그곳에 가서 싸워야 했지?"
나는 잠시 동안 생각했다.
"글쎄요, 우리는 올바른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우리들은 시키는대로 행동했을 뿐입니다만."
그러자 노인은 말했다.
"그래, 자네는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한 일이?
모든 젊은이들이 그런 식으로 전사한 것이?"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보세요, 나는 한낱 바보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시겠어요? 그러나
노인장이 나의 진짜 의견을 듣고 싶다면, 나는 그것이 모두 아무 쓸모없는
짓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버바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일세."
그래서 나는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나와 버바의 새우 양식업을
시작하는 계획에 관해서 얘기하고, 내가 어떻게 병원에 있을때 동양인을
만났으며 그가 새우를 기르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경위등을 얘기했다.
그러자노인은 깊은 흥미를 나타내 보이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그때
갑자기 마당에서 요란스럽게 꽥꽥거리는 비명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우리 닭을 잡아 먹으려고 하고 있어!"
버바의 아버지가 소리를 지르더니 문있는대로 달려가서 문 뒤에 있는 총을
집어들고 포치로 나갔다.
"노인장에게 미처 말하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나는 말하고 노인에게 우리가 보지 못하도록 숨어있기는 하지만, 수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버바의 아버지는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손전등을 들고 나와서, 뜰안을
여기저기 비쳐보았다. 그는 커다란 나무밑을 비쳐보고, 그 밑에 염소가
땅을 파고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나무 위를 비쳐보았다 ---- 그곳에는
죽을 것 처럼 겁을 집어먹은 수가 나무가지 위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저 염소가 가끔 이런 짓을 하고는 한다니까."
버바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곳에서 썩 물러나지 못할까!"
그는 소리치고 막대기를 염소에게 던졌다. 염소가 도망치고나자, 수가
나무에서 내려오고 우리는 그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저것은 무슨 짐승인가?"
버바의 아버지가 물었다.
"그는 오랑우탄입니다."
"고릴라처럼 보이는데, 안그런가?"
"조금은 닮았죠" 나는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릴라는 아닙니다."
어쨌든 버바의 아버지는 그날 밤은 그곳에서 자도록 하라고 말해 주었고,
아침이 되자, 그는 우리들에게 근처를 안내하고, 새우 양식업을
시작할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강어귀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개구리와 찌르라기와 심지어는 물고기가
이따금 물 위로 뛰어오르는 소리조차 들을 수가 있었다. 그곳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장소였다. 그때, 그자리에서 나는 이곳에서는 어떤 말썽거리에도
휘말려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마음을 굳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우리들은 일찍 일어났고, 버바의 아버지는 집에서
만든 소시지와 신선한 달걀 비스켓 당밀등의 푸짐한 아침식사를 대접해
주었다. 그리고는 나와 수를 작은 배에 태우고 바이유로 삿대질을 해서
내려갔다. 주위는 조용하고 강물 위에는 약간의 안개가 끼어있었다.
이따금씩 커다란 새가 푸드득하고 소택지에서 날라올라가고는 했다.
"자아 여기가 바닷물이 역류해 올라오는 곳일세."
그리고 그는 습지대의 한가운데 있는 늪을 가리켰다.
"저곳에는 몇개의 상당히 큰 연못들이 있다네. 자네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을 나더러하라고 한다면 나는 저곳에서 시작하겠네."
그는 늪속으로 배를 장대로 밀고 들어갔다.
"자네도 저곳이 보이지?"
그는 말했다.
"저기 조그만 언덕이 있는곳에 작은 오두막집의 지붕을 볼 수가 있을
것이네."
노인은 계속했다.
"저 집에는 톰 르파르지에가 살고 있었지. 그러나 그는 4,5년에 세상을
떴다네. 지금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지. 자네가 원한다면 저 집을 약간
수리해서 그곳에서 살 수가 있을 것일세. 마지막으로 내가 들여다 보았을
때 두 척의 보트가 둑 위에 올려져 있더군. 아마 별로 쓸모가 없을테지만,
뱃밥으로 틀어막으면 물에는 뜰 것일세."
그는 더 안쪽으로 배를 장대로 밀고들어가면서 말했다.
"톰 영감은 연못에 이르기까지 소택지 위에 판자길을 깔아놓고 왕래를
하고 있었다네. 그곳에서 낚시도 하고 오리를 쏘고는 했지. 자네도 그것을
다시 만들 수가 있겠지. 이곳에서는 그것이 있어야만 왕래가 편리하니깐."
하여간 그것은 내게는 가장 이상적인 장소처럼 보였다. 버바의 아버지는
그 늪들과 강어귀 등에 새끼 새우를 풀어넣고, 그곳에 그물을 둘러쳐
놓으면 바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그의 경험에
의하면 목화씨 깻묵으로 만든 먹이를 먹는데, 그것은 값이 저렴해서
좋다는 말을 해주었다.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연못들을 그물로 둘러치고, 기거할
수가 있도록 작은 오두막을 수리하고, 땅콩버터나 젤리나 빵이나 그런
종류의 보급품을 사들이는 일이었다. 그렇게만 하면 우리들은 새우를
양식하는 사업을 시작할 준비를 모두 마치는 셈이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바로 그날 일을 시작하기로했다. 버바의 아버지는 나를
집으로 데리고가고 우리들은 함께 시내로 나가서 보급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배를 마련할 때까지 자기 보트를 써도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나와 수는 생전 처음으로 조그만 낚시 오두막에서
밤을 보냈다. 밤중에 비가 내려서, 지붕이 온통 샜으나 나는 신경도
쓰지않았다. 이튿 날 아침 나는 지붕에 올라 가서 당장 그것을 고쳤다.
일을 제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거의 한달이 걸렸다---- 오두막을 쓸만하게
수리하고, 보트를 손질하고, 소택지에 판자길을 가설하고, 연못에 하나에
그물을 둘러치는 일이었다. 드디어, 우리들이 새우새끼를 집어넣을 준비가
완료된 날이 찾아왔다. 새우 그물을 사다가, 나와 수는 배를 타고 나가서
하루종일이 걸려서 연못 주위에 그물을 쳐놓았다. 밤이 되자 우리들은
미끼 연못에 넣어놓은 약 50파운드 가량의 새우를 건져다가 연못속에 쏟아
부었다. 새우 새끼들은 찰싹 소리를 내면서 사방을 헤엄쳐 다니며 물 위로
뛰어올랐다. 그것은 참으로 사랑스러운 광경이였다.
다음 날 아침, 우리들은 면화씨 깻묵먹이를 5백파운드 가량 사다가 그
가운데 백 파운드를 새우들에게 먹이기 위해서 연못속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에 또 다른 연못에 그물을 설치했다. 우리들은 그
작업을 여름내내, 그리고 가을내내, 겨울내내, 봄내내 계속했다.
그리고 그때까지 우리들은 네 개의 연못에서 양식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으며 모든 것은 장미빛으로 보였다. 밤에는 나는 오두막 집의 포치에
나와앉아서 하모니카를 불었고, 토요일 밤이면 나는 시내로 나가서 맥주를
여섯깡통 사다가 수와 나는 술에 취하고는 했다. 마침내 나는 어느
장소엔가 소속되어 있는 것처럼 느끼게되고, 정직한 하루의 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첫 번째 새우 수확을 하게되면 그것을 팔아 가지고, 제니를 다시
찾는 노력은 계속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를 찾아내서
아직도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 어떤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co 25.

우리들이 첫 번째 새우 수확을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추정한
것은 6월의 어느 맑게 개인 날이었다. 나와 수는 해가 떠오르는 것과 함께
일어나서 연못으로 가서 양쪽에서 그물을 잡아 당겼으나 조금 올라 오다가
무엇에 걸린 것처럼 끄덕도 하지 않았다. 수는 처음에는 늦췄다가 다시
끌어당기고 나도 똑같이 하다가, 그 다음에 둘이서 동시에 끌어당겼다.
그때 우리들은 그물이 무엇인가에 걸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
그물이 새우로 가득찼기 때문에 우리 힘으로는 끌어올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녁 때까지 우리들은 약 3백파운드의 새우를 끌어올리고, 밤에는
갖가지의 크기별로 분류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들은 새우를 바구니에
담아 가지고, 그것들을 우리들의 조그만 보트에 실었다. 무게가 어찌나
무거웠는지 하마터면 바이유 라 바틀에 가는 도중 배가 뒤집힐뻔 했다.
그곳에는 해산물 가공공장에 있었는데 수와 나는 새우 바구니를 부두에서
공장의 계량실까지 운반해 갔다. 모든 계산이 끝났을때, 우리들은
865달러의 수표를 받아쥐었다! 그것은 깨어진 달걀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한
이래 내가 처음으로 벌어들인 정직한 돈이었다.
거의 2주일 동안 매일, 수와 나는 새우를 수확해 가지고 가공 공장으로
운반해 갔다. 그것이 마침내 끝났을 때 우리들은 합계 9,700달러 26센트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새우 양식업은 성공한 것이다! 정말이지, 그것은
행복한 날이었다. 우리는 새우를 한 바구니 담아 가지고 버바의
아버지에게 가져갔다. 그는 정말로 기뻐하며, 우리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버바도 이곳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말했다.
그리고는 나와 수는 축하를 하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모빌로 갔다.
첫 번째로 내가 한 것은 하숙집으로 엄마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내가
사업에 관해서 얘기를 했을대, 그녀는 언제나처럼 다시 눈물을 흘렸다.
"오오, 포레스트."
엄마는 말했다.
"나는 내가 너무나 자랑스럽구나 ---- 지진아인데도 그처럼 훌륭하게 일을
해내다니."
어쨌든 나는 엄마에게 나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그 계획이라는 것은 다음
해에는 새우를 양식하는 연못을 세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돈을 관리하고 우리들의 경비 지출을 감독할 사람을 고용할 필요가
있는데, 엄마가 그 일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네 말은 내가 바이유 라 바틀까지 그 먼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거냐?"
엄마는 말했다.
"그곳까지 가서 대체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지?"
"돈을 세는 일이예요."
하고 나는 말했다.
그 다음에 수와 나는 시내의 번화가로 가서 멋진 식사를 했다. 우선
부두로가서 수를 위해서 바나나를 잔뜩 사고, 그 다음에는 내 자신을
위해서 으깬 감자와 완두콩이 곁들인 제일 큰 비프스테이크를 시켜 먹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어딘가 술집으로 가서 맥주를 마셔야겠다고 마음먹고
부둣가의 어떤 어두운 술집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나는 어떤 사람이
욕설을 하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처럼 오랜 세월이 흘러갔는 데도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
수가 있었다. 나는 술집 문으로 고개를 디밀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아니나다를까, 그것은 대학에 함께 다니던 커티스였다!
커티스는 나를 보더니 나를 '상머저리' 니 '치사한 녀석' 이니 '오라질놈'
이니 그가 생각해낼 수 있는 온갖 지저분한 이름으로 불러대면서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커티스는 대학을 나온 뒤에 프로
미식축구 선수가 되어서 '워싱턴 래드스킨스' 에서 선수생활을 했는데
파티 석상에서 구단주의 마누라와 싸우고 공개 이적 선수 명단에
올려졌다. 2,3년 동안 몇곳의 프로 팀에서 뛰었으나 끝내는 부두에서 하역
인부로 전락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그 직업이 그가 대학에서
받은 교육의 양을 생각하면 가장 적합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아무튼 커티스는 내게 맥주를 대접해 주었고, 우리들은 옛날의 일들을
얘기했다. '스네이크'는 미네소타 바이킹스와의 시합에서 하프타임 때
폴란드산 보드가를 한 병 몽땅 마시고 곤드레만드레가 되었을 때까지
'그린 베이 팩거즈' 의 쿼터백을 맡고 있었다. 그 다음에 그는
'로스앤젤스 램스' 와의 시합의 써드쿼터에서 '자유의 여신상' 플레이를
지시할 때까지 '뉴욕 자이언트'에서 선수로 뛰었다. 자이언트의 코치는
1831년 이래 프로 미식축구에서는 누구도 '자유의 연신상'플레이를 사용한
적이 없는데, 지금 와서 스네이크가 무엇때문에 그것을 지시했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은 전혀 '자유의 여신상' 플레이가 아니었다고
커티스는 말했다.
커티스에 따르면 스네이크는 마약으로 머리가 멍해진 나머지 전방 패스를
하기위해 후퇴했을 때, 공을 던지는 것을 완전히 잊어 버렸다고 한다.
그러자 우연히 레프트 앤드가 진상을 알아차리고 그의 뒤로 달려가서 슬쩍
공을 낚아채가지고 달려갔던 것이다, 어쨌든 지금 스네이크는 조지아 주의
어느 시골의 시시한 팀에서 코치 조수로 일하고 있다고 커티스는 말했다,
거나하게 취했을 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 커티스에게 얘기를 했다.
"나하고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겠나?"
커티스는 욕을 하고 소리를 질렀으나. 1, 2분 뒤에는 내가 그에게 무슨
일을 해주기를 원하고 있는 가를 물어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새우
양식업에 관해서 얘기를 해주고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시 욕설과 고함을 되풀이했으나 그가 얘기하고 있는 것의 요점은
결국 "예스"라는 것이었다.
그렇게해서 그해 여름과 가을과 다음 해의 봄까지 우리들은 열심히
일을했다. 나하고 수 엄마하고 커티스 --- 그리고 심지어 나는 버바의
아버지까지 고용했다. 그해 우리들은 거의 3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으며
더욱 더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다. 모든 일이 더 이상 잘 되어 나갈 수는
없었다 ---- 엄마는 거의 소리를 지르지 않았고, 어느 날 우리들은
커티스가 한 번 미소를 짓는 것까지 볼 수가 있었다---- 그는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알자 미소를 멈추고 다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무조건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제니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나는 그 일에 관해서 무엇인가 손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날은 마침 일요일이었다. 나는 외출복을 차려입고 모빌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곳에 도착하자 곧장 제니의 어머니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녀는 내가 문을 두드렸을 때 집안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내가 누구라는 것을 밝히자 그녀는 말했다.
"포레스트 검프라고! 이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군. 자아 들어와요,
들어와!"
그래서 우리들은 잠시 동안 그곳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엄마의 안부를 묻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물었다. 인사치례가
끝나고나자 나는 제니에 대해서 물었다.
"아아 제니 말이지? 요즘에는 그 아이에게서 거의 소식을 듣고 있지
못해."
커란 부인은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들은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어디엔가 살고 있을거야."
"그녀는 룸메이트하고 함께 있나 보지요?"
"룸메이트라니? 자네는 아직 모르고 있나보군, 포레스트?"
그녀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제니는 결혼을 했다네."
"결혼을 해요?" 나는 놀라서 말했다.
"아마 2, 3년은 됐지. 그 아이는 인디아나 주에 살고 있었어. 그 후에
워싱턴으로 갔을 거야. 그 다음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 아이가 결혼을
했다고 하는 엽서를 보내 왔다는 것 뿐이지. 그리고는 두 사람은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어디른가 이사를 갔다더군. 그 아이에게서 연락이 오거든
특별히 전해달라고 부탁할 말이라도 있나?"
"아닙니다. 부인." 나는 얼른 대답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혹시 연락이 오거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하더라고만 전해주세요."
"그렇게 하겠네." 커란 부인이 말했다.
"자네가 이렇게 찾아와 주어 고맙네."
그런 소식에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만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전혀 그런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나는 가슴이 마구 뛰고, 손이 차거워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때 내가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버바가 죽고난 뒤에 했던 것
처럼 어딘가로가서 쭈그리고 앉아 있어야겠다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다. 나는 어떤집의 뒷뜰에서 덤불을 발견하고, 그
밑으로 기어 들어가서 쭈그리고 앉았다. 나는 그곳에서 엄지손가락까지
빨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갓난애가 아니고서는 그런 짓을 하면
바보천치라는 말을 듣는다고 엄마에게 꾸중을 들은 다음부터는 오랫 동안
그런 짓올 하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얼마 동안이나 그곳에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있었는지 모른다. 아마 하루 온종일과 밤중까지 그렇게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제니를 비난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그녀는 자기가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바보다. 많은 사람들은 두고두고 그녀가
바보와 결혼했다고 말할 것이다, 진짜 바보와 결혼을 하면 어떤 운명이
그들에게 찾아올 지 상상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 나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서글픈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나는 어찌된 일인지 제니와 내가 언젠가는 함께 될 것이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그녀가
결혼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것은 마치 나의 일부분이 죽어버린 것
같았고, 다시는 이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결혼한다는 것은 도망치는 것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한다는 것은 매우 진지한 일인 것이다. 그날 밤 나는 얼마 동안
울기도 했지만, 그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날 오후 늦게 나는 덤불 속에서 기어 나와서 바이유 라 바틀로
돌아갔다. 나는 누구에게도 그날 일어난 일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아무런 도움도 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못근처에는 그물을
꿰맨다든가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이 수 없이 많이 내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밖으로 나가 그런 일들을 처리했다. 일들을 끝냈을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그때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모든
것을 잊어 버리고 새우 양식업에만 전념해야겠다고. 그것 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사업에만 전념을 했다. 그 해에 우리는 경비를 제하고 7만
5천 달러를 벌어들였다. 또한 사업이 계속 확장되어서, 내가 운영하는
것을 도와줄 더많은 사람을 고용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내가 고용한 한
사람은 대학 선수시절의 쿼터백인 스네이크였다. 그는 지방팀의 코치
조수라는 현재의 직업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커티스와 함께 망을 끌어올리는 일과 배수로를 만드는 일의 책임을
맡겼다.
그 다음에는 고등학교 시절의 휄러스 코치가 은퇴했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도 일자리를 주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은퇴한 깡패 두 명도 보트와
선창에서 일을 했다.
이내 신문이 우리들의 사업이 번창한다는 것을 알고, "지방에서 사업에
성공한 청년"이라는 시리즈의 기사를 쓰기 위해서 기자를 파견해서 나와
인터뷰를 하게했다. 그 기사는 다음 주 일요판에 실렸는데 나와 엄마와
수의 사진이 곁들여져 있었다. 그리고 기사의 제목은 <공인된 바보가
새로운 해양사업으로 떼돈을 벌다>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엄마는 나를 붙들어놓고, 우리가 너무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경리장부와 재정 문제에 대해서 엄마에게 어떤 종류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똑똑한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는 미스터 트리블과 접촉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왜냐 하면 그는 은퇴하기 전에 사업으로 큰 돈을 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전화를 걸자 무척이나 기뻐하며, 다음
비행기로 내려오겠노라고 말해 주었다.
이곳에 온지 일 주일이 되었을 때, 미스터 트리볼은 조용히 앉아서 얘기를
좀 하자고 내게 말했다.
"포레스트."
그는 심각하게 말했다.
"자네가 이곳에서 이룩해 놓은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일세. 하지만
자네는 이제 진지하게 재정 계획을 세우기 시작할 필요가 있는 단계에 와
있네."
나는 그것이 도대체 무슨 얘기냐고 물었다.
"재투자지! 사업의 다각화지! 내 말을 잘들어 보게. 내가 보기에는 다음
사업년도에는 자네는 약 19만 달러의 이익을 내게 될 것일세. 그 다음
년도에는 이익은 아마 25만 달러 가까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이익금을 자네는 반드시 재투자하지 않으면 안 되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세청이 세금으로 그 돈을 몽땅 가져가 버린다네. 재투자야말로 미국인의
사업에 있어서의 핵심일세!"
그래서 우리들은 그의 충고대로 했다.
미스터 트리블과 그 분야의 모든 책임을 맡았다. 그리고 우리들은 몇 개의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하나는 <검프 새우 주식회사> 다른 하나는 <수
게맛살 유한회사> 또 하나는 <맘마 가제 찜 공사> 였다.
그래서 25만 달러가 50만 달러가 되고, 그 다음해에는 백만 달러가 되는
식으로 불어나갔다. 그리고 4년 뒤에는 우리는 년간 5백만 달러의 이익을
올리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거의 3백 명에 달하는 종업원을 갖게 되었다.
그 가운데는 고생고생하던 <더 터드>와 <더 베지터블>도 끼어 있었는데,
그들은 창고에서 상자를 싣는 일을 맡고 있었다. 우리는 댄을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는 조그만 흔적도 남기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악전고투하고 있던 프로모터인 마이크를
찾아내서 그에게 선전과 광고일을 맡겼다. 미스터 트리블의 권유로
마이크는 심지어 라쿠엘 웰치를 우리 회사의 텔리비전 광고의 모델로
쓰기까지 했다---- 그들은 그녀에게 게처럼 보이게하는 의상을 입히고,
그녀는 춤을 추고 돌아다니면서 "수 회사의 게를 먹어보기 전에는 게를
먹어 보았다고 할 수가 없다구요!" 아무튼 우리는 최고의 호경기를
구가했다. 우리는 수많은 냉장트럭과 수많은 새우와 굴, 그리고 어선을
소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식품가공 공장을 가지고 있었고,
사무실, 빌딩을 세우고 있었다.
콘도미니엄과 쇼핑센터과 석유와 가스 회사와 같은 부동산에도 수없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었다. 우리는 하버드 대학의 영어교수인 퀘큰부슈
교수도 고용했다. 그는 학생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파면을 당했는데,
우리는 그를 맘마 가제찜 공장의 조리사로 고용했다. 또한 나의 명예훈장
여행 뒤에 육군에서 떨려난 구치 중령도 고용했다. 미스터 트리블은 그를
'비밀 활동'의 책임자로 임명했다.
엄마는 우리들이 살 커다란 집을 짓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같은
대기업의 사장이 오두막 집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옳지가 않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수가 오두막 집에 계속 머물면서 일을 감독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매일 나는 변호사나 되는 것 처럼 양복을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다녔다. 나는 항상 회의같은 것에 참석해서, 피그미 족이 말하는 것
같은 시시껄렁한 얘기를 듣고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를 반드시 "미스터 검프' 라고 부르고 있다.
모빌시에서는 나에게 행운의 열쇠를 주고, 병원과 교향악단의 이사직을
떠맡겼다.
그리고는 어느 날, 어떤 사람들이 사무실로 나를 찾아와서, 나더러 합중국
상원의원에 출마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이야말로 최적격자입니다!"
그중의 한 사람이 말했다. 그는 멋진 양복에 시거를 피우고 있었다.
"베어 브라이언트 밑에서 뛴 미식축구의 스타 선수, 전쟁영웅, 유명한
우주비행사, 대통령의 막역한 친구---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합니까?"
그는 물었다. 미스터 크렉스톤이라는 것이 그의 이름이었다.
"이보시요."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바보일 뿐입니다, 나는 정치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어요."
"그렇다면 더욱 완벽합니다!"
미스터 크렉스톤은 말했다.
"내 말을 잘 들어 보세요. 우리는 지금 당신과 같은 선량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대지의 소금같은 사람이 말입니다. 대지의 소금!"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는 항상 나를 트러블에 몰아 넣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권하는 많은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나는 이
아이디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에게 그 얘기를 했을 때
엄마는 또 다시 눈물을 흘리면서, 자랑스러워하며, 자신이 아들이 합중국
상원 의원이 되는 것을 보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들이 상원 의원에 입후보한다는 것을 발표하는 날이
찾아왔다. 미스터 크랙스톤과 다른 당간부들은 모빌에서 강당을 빌리고 내
연설을 듣기위해서 50센트씩을 내고 들어온 군중들 앞에 있는 연단 위로
나를 끌어냈다. 그들은 장황한 연설들을 늘어놓고,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친애하는 미국 시민 여러분!"
하고 나는 시작했다. 미스터 크렉스톤과 간부들은 내게 연설문을 써주고,
나중에는 청증들로부터 질문이 있을 예정이었다. TV카메라는 돌아가기
시작하고, 프래시가 팡팡 터지고 기자들은 수첩에다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적고 있었다. 나는 연설문을 읽어나갔는데 그것은 그다지 길지는 않았고,
별로 의미도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 나는
한낱 바보에 불과했다.
연설을 끝내자 신문사에서 나온 여기자가 일어나서 그녀의 수첩을
들여다보았다.
"우리들은 현재 핵 전쟁의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녀는 말했다.
"경제는 파란에 빠져있으며, 우리 미국은 전세계로부터 욕을 얻어 먹고
있으며, 우리들의 도시는 불법이 판을 치고 있으며, 사람들은 매일
굶주림에 시다리고 있으며, 종교는 우리들의 가정으로부터 사라져
버렸으며, 탐욕과 허영이 도처에 팽배해 있으며, 우리 농부들은
파산지경에 이르렀고, 외국인들은 우리 미국으로 침입해 들어와서
우리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은 부패했고, 갓난애들은
빈민가에서 죽어가고 있고, 세금은 불공평하고 우리들의 학교는 혼란속에
빠져있고,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전염병과 전쟁은 우리들 머리 위를 마치
구름처럼 뒤덮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을 감안해 볼 때,"
하고 그녀는 숨을 돌리면서 물었다.
"당신의 생각으로는, 지금 이순간 어떤 것이 가장 시급한 잇슈라고
생각하십니까?"
강당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고요해졌다.
"나는 오줌이 마려워 죽겠습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군중들은 미쳐 날뛰었다! 사람들은 큰 소리로 외치고,
고함을 지르고, 공중에 손을 흔들어댔다. 강당 뒷쪽에서 누군가가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고, 곧 강당 전체가 그 구호에 동참했다.
"우리는 오줌이 마렵다! 우리는 오줌이 마렵다! 우리는 오줌이 마렵다!"
하고 그들은 악을 써댔다.
우리 엄마는 연단의 내 뒤에 앉아있었는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다가오더니 마이크 앞에서 나를 끌어냈다.
"너는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할 줄 알아야한다!" 그녀는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아닙니다. 아니예요!"
미스터 크렉스톤이 말했다.
"그건 완벽합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합니다. 이것이 우리들의
선거운동의 슬로건이 될 것입니다!"
"무엇이 슬로건이라구요?" 하고 엄마가 물었다. 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우리는 오줌이 마렵다!" 미스터 크렉스톤이 말했다.
"저 군중들의 환호성을 들어보십시요! 지금까지 그 누구도 보통 사람들과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전혀 납득을 하지 않았다.
"그와 같은 선거 구호를 사용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 생전에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그녀는 반박했다.
"이것은 저속하고 불쾌하고---- 또 그 뭐라더라?"
"이것은 심볼입니다."
미스터 크렉스톤은 말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광고판과 프랭카드와 범퍼 스티커를 만들게
됩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도 광고를 내보낼 것입니다. 이것은 천재적인
착상입니다. <우리는 오줌이 마렵다>는 정부의 탄압의 굴레를 벗기를
원하는 민중의 소리입니다---- 이 나라의 잘못된 모든 것을 소변으로
흘려내보내고 싶다고 하는 상징적인 말입니다..... 이것은 좌절과 해방이
임박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뭐라구요!" 엄마는 의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당신 제정신인가요?"
"포레스트," 미스터 크렉스톤은 말했다.
"당신은 워싱턴에 이미 절반 쯤은 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옳은 말인 것 처럼 생각되었다. 선거 운동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우리는 오줌이 마렵다' 라는 슬로건은 그 시대의 격언이
되었다.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그리고 자동차에서, 버스에서 그 구호를
외쳐댔다. 텔리비전 해설자와 신문의 칼럼니스트들은 대중들에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해설해 주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목사들은 강단에서 그것을 외쳐댔고,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그것을
합창했다. 나는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한 후보자처럼 보이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나에게 대항해서 출마한 입후보자는 너무나도 화가
나서, 그 자신의 슬로건을 이렇게 만들었을 정도다.
"나 역시 오줌이 마렵다!"
그리고 그 구호를 전 주안에 돌아가면서 붙였다.
그러나, 애당초 내가 두려워했던 대로, 나의 선거 운동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나는 오줌이 마렵다' 라는 구호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대방송국의
주목을 끌게 되었고, 즉각 <워싱턴 포스트> 지와 <뉴욕 타임즈> 지는
그것을 조사하기 위해서 특집 기자들을 파견했다. 그들은 내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고, 그들은 참으로 친절했고 우정에 넘쳐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그들은 나의 과거를 들춰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미국내의 모든
신문의 1면에 나의 과거가 일제히 실렸다.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있는
후보자, 파란만장한 과거를 갖다' 기사의 제목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첫 째로, 그들은 내가 대학 1학년 때, 성적 불량으로 퇴학당했다고 쓰고
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은 경관이 영화관에서 나를 체포한 제니와 나와의
사건을 들춰냈다. 다음에는 백악관의 로즈가든에서 존슨 대통령에게
궁둥이를 들어낸 내 사진을 실었다. 그들은 보스턴에서의 깨어진 달걀과
지내던 때의 생활을 물어보고 다녔고, 내가 마리화나를 피웠다는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고, 또한 하버드 대학에서 "방화 사건" 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에 언급했다.
최악의 것은---- 그들이 미국회의사당에서 훈장을 집어던진 혐의를
받았다는 사실과 판사에 의해서 정신병원행의 언도가 내려졌다는 사실을
찾아냈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들은 나의 고난에 찬 과거를 모두 알아냈고,
<더 던스>라고 불리운 사실도 알아냈다. 그들은 심지어 '교수'에 의해서
내가 포박당하는 사진까지도 실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몇 사람의
'익명의 제보자'가 헐리우드의 유명한 여배우와의 섹스 스캔들에 내가
관여되었다고 말했다고 언급하고 있었다.
그것은 당장 효력을 나타냈다. 미스터 크렉스톤은 비명을 지르면서
선거운동 본부로 뛰어들어왔다.
"우리는 망했다! 우리는 배신당했다!" 운운 하는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끝난 일이었다. 나는 선거운동에서 사퇴하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이튿날 엄마와 나와 미스터 트리블은 회의를 갖기
위해서 모였다.
"포레스트," 하고 미스터 트리블은 말했다.
"당분간은 죽었소 하고 엎드려지내는 것이 자네에게는 좋을 것 같군."
나는 그의 말이 옳다는 것올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밖에도, 이전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내 마음을 괴롭혀온 다른 문제들이
있었다.
새우 양식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일을 무척이나 즐겼었다.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서 연못으로 가서 그물을 치고, 다음에는 새우를
수확하고, 밤에는 밤대로 나와 수는 낚시 오두막의 포치에 앉아서
하모니카를 불고, 토요일 날 밤에는 맥주를 사다가 마시고 골아떨어지고는
했었던 것이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못했다. 나는 사람들이 도통 알 수도 없는 음식을
대접하고, 커다란 귀걸이를 한 여자들이 득실거리는 각종 파티에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루 종일 전화기는 그칠새 없이 울려 대고, 사람들은
이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서 나에게 물어 보기를 원하고 있었다. 상원에
갔다면, 아마 그것은 훨씬 더 나빠졌을 것이다.
지금에는 나는 자신의 시간이라고는 가져보지를 못한다. 그리고 웬일인지
모든 일이 나를 빗겨 지나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거울을
들여다 보면, 얼굴에는 주름살이 늘어나고, 머리칼은 가장자리에 흰 것이
많아지고, 옛날처럼 왕성한 에너지도 갖고 있지 못하다. 나는 모든 일이
사업위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나자신은 한 곳에서
헛바퀴를 돌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느껴진다.
아주 오래 전에 나와 버바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 계획은 지금 우리들의
무모하기 짝이 없던 꿈보다도 휠씬 커다란 사업으로 성장해 있다.
그러나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이것은 내가 오렌지 보울에서 네브라스카
대학 팀과 미식축구 시합을 하던 때의 절반 만큼도 재미가 없는 일이다.
또한 깨어진 달걀과 함께 공짜 기차를 타고 하모니카를 불며 보스턴으로
가던 때보다도 재미가 없고, 존슨 대통령과 <더 비벌리의 힐리빌리>를
구경하던 것 보다도 재미가 없다. 그리고 나는 역시 제니 커란이 이런
일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그 일에 대해서는 어떤 일도
해줄 수가 없으니까 그 일은 잊어 버리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는 내가 예측한대로
울고불고 불평을 늘어놓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지만 미스터 트리블은
나를 완벽하게 이해해 주었다.
"자네가 장기간의 휴가를 얻었다고 모든 사람에게 얘기해 주겠네,
포레스트."
그는 말했다. 그리고 물론 사업에 있어서의 자네 몫은, "자네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 여기 있을 것일세."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다. 며칠 뒤의 어느 날 아침, 나는 약간의 현찰을
꺼내가지고, 옷가지 몇개를 군대용 백에 집어넣은 다음 공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엄마와 미스터 트리블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고용인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곳에는 마이크와 곽캔뷰슈 교수와 <터드>와 <더
베지터블스>와 <스네이크>와 휄러스 코치와 그의 깡패들과 버바의 아버지
등이 있었다.
그 다음에는 오두막으로 가서 수를 만났다.
수는 내 손을 꽉 웅켜잡고는 한손으로 가방을 들고 문밖으로 들고 나갔다.
우리들은 작은 보트에 타고 바이유 라 바틀로 저어갔다. 그곳에서 모빌로
가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매표구의 부인이 물었다.
"어디로 가세요?"
그래서 나는 고개를 으쓱 들어보였다. 그러니까 그녀가 말했다.
"왜 사반나에 가지 않는 건가요? 나도 그곳에서 한때 살았었는데 참으로
좋은 고장이더군요."
그래서 우리들은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co 26.

우리는 사반나에서 버스를 내렸다. 그곳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수와 나는
터미널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처마 밑으로 나왔다. 이제부터 무얼 할
것인 지를 생각해야 했다.
아무런 계획도 떠오르지 않았다. 커피를 다 마신 나는 무심코 하모니카를
꺼내 불기 시작했다, 서너곡을 계속 불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 한
사람이 커피를 다 마신 종이컵 속에 25센트짜리 동전을 하나 던지고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후에도 계속 하모니카를 불었더니, 한참 후에는
종이컵 속에 수북하게 동전이 쌓였다. 비가 그친 다음 수와 함께 한참
걷다 보니, 마을 한복판에 있는 공원이 나왔다. 나는 벤치에 앉아 다시
하모니카를 불었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동전을 던져 주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이 무렵이 되었을 때, 나는 거의 5달러나 되는 돈을 벌었다.
우리는 그날 밤 공원 벤치 위에서 잠을 잤다. 맑게 개인 하늘에 별과 달이
총총히 떠있어서 아주 보기가 좋았다. 아침이 되자 그럭저럭 배를 채운
다음, 산책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즈음에 나는 다시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했다. 그날은 8달러를 벌었고, 그 다음 날은 9달러를 벌었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고 나자, 꽤 돈을 모을 수 있었다. 나는 그 돈을
가지고 조그만 악기점을 찾아갔다. 매일 똑같은 C 코드로 하모니카를
불려니 너무 단조로운 것 같아서, G 코드를 연주할수 있는 하모니카를
하나 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가게 한쪽 구석에서 나는 중고 키보드 하나를 발견했다. 옛날에
'깨어진 달걀' 에서 조지가 나에게 몇가지 코드를 가르쳐준 것과 거의
비슷한 종류의 키보드였다.
값이 얼마냐고 물어 보니, 원래는 2백달러인데 나한테는 조금 깍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 키보드를 샀고, 가게 주인은 키보드를
치면서 하모니카도 불 수 있는 받침대를 하나 끼워 주었다. 그렇게 되니
우리의 인기가 조금 더 좋아져서, 다음 주에는 하루 수입이 10달러에 달할
정도가 되었다. 나는 다시 악기점을 찾아가서 이번에는 중고 드럼을 하나
샀다.
며칠 연습을 하고 나니 그럭저럭 박자를 맞춰 두드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제는 낡아서 너덜너덜해진 종이컵도 과감하게 버리고 멋진 양철
컵도 하나 샀다.
내가 연주를 하는 동안 수는 그 컵을 들고 구경꾼 사이를 돌아다녔다.
비교적 수입이 짭짤했다. 나는 '그들이 딕시를 데려간 날 밤' 에서부터
'낮게 휘둘러, 사랑스런 채리어트' 에 이르기까지, 곡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음악을 연주했다. 조그만 하숙집도 하나 구해서 수와 함께 그곳에
머물며 식사도 직접 만들어 먹었다.
어느 날 아침, 내가 수와 함께 공원으로 나가고 있는데, 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사반나에는 비가 자주 오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막 어떤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는데, 나는 문득 굉장히 눈에 익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인도에 양복을 입은 남자 하나가 우산을 쓰고 서 있었는데, 그 사람 바로
앞에는 커다란 쓰레기 봉지가 하나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그 쓰레기
봉지를 뒤집어쓴 채 비를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그
봉지 속에서 손이 두 개 나와 신사의 구두를 닦고 있는 것뿐이었다.
나는 길을 건너가서 좀더 자세히 살펴 보았다. 쓰레기 봉지에서 휠체어의
바퀴 두 개가 조금씩 빠져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얼른 그곳으로 다가가, 쓰레기 봉지를 획 걷어올렸다.
역시 댄이었다. 그가 먹고 살기 위해 구두를 닦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그 봉지 도로 씌우지 못해?"
댄이 말했다.
"비에 흠뻑 젖고 있잖아."
그러면서 댄은 수를 쳐다보았다.
"드디어 결혼을 한 모양이군."
"숫놈이야" 내가 말했다.
"기억나지? 왜 내가 하늘에 올라갔을 때 데리고 갔던."
"이봐, 구두 안 닦을 거야?" 양복쟁이가 말했다.
"저리 꺼져." 댄이 쏘아붙였다.
"네 녀석 발바닥을 물어뜯어 놓기 전에." 양복쟁이는 우리를 힐끔
쳐다보며 가버렸다.
"여기서 뭘 하고 있어, 댄?" 내가 물었다.
"네가 보기엔 뭘 하고 있는 것 같나?"
댄이 되물었다.
"난 공산주의자가 되었어."
"우리가 전쟁터에서 맞서 사우던 놈들 말야?"
"천만에, 그놈들은 엉터리 공산주의자고, 나는 진짜라구, 마르크스, 레닌,
트로츠키.....이름은 들어봤나?"
"그럼 뭣 때문에 구두를 닦고 있어?" 내가 물었다. "제국주의자 놈들에게
수치심을 안겨 주기 위해서지."
댄이 대답했다.
"나는 반짝거리는 구두를 신은 놈들 치고 제대로 된 놈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어. 그러니 내가 구두를 많이 닦으면 닦을수록 더 많은 놈들을
자포자기 상태로 만들 수 있단 말야."
"글쎄,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갑자기 댄은 구두솔을 집어던지더니 휠체어를 굴려 비를 피하기 위해 처마
밑으로 들어갔다.
"이런 빌어먹을, 포레스트! 난 공산주의자가 아니야."
댄이 말했다.
"나같은 놈을 원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구."
"그럴 리가 있나, 댄." 내가 말했다.
"너는 언제나 나에게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되고자 하는 것은 뭐든지
될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러니 너도 마찬가지일 거야."
"아직도 그 개똥 같은 소리를 믿나?" 댄이 물었다.
"난 라쿠엘 웰치의 발가벗은 궁뎅이까지 봤는 걸." 내가 말했다.
"정말이야?" 댄이 물었다.
"그래, 어떻게 생겼든?"

그뒤로 댄과 수와 나는 팀을 이루었다. 댄은 우리 하숙집에서 묵고 싶지
않다고 고집을 피워서, 밤에는 쓰레기 봉지를 뒤집어쓰고 한데서 잠을
잤다. 그러면서 그것을 "인격 수양"이라고 불렀다.
그는 인디아나폴리스를 떠난 후로 어떻게 살아왔는 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개 경주장에서 레슬링 사업을 하다가 가진 돈을 다 털려 버렸고, 그나마
남은 돈으로는 술을 마셔 버렸다. 그 다음에는 어떤 자동차 정비소에
취직을 했는데, 그것은 그가 조그만 휠체어를 타고 차 밑에서 일하기가
수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을 하는 동안 계속 기름 방울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난 다리도 없는 주정뱅이 불구자지만. 쉴새 없이 더러운 기름 방울이
떨어지는 건 못참겠더라구."
그런 다음 그는 워싱턴으로 갔다. 워싱턴은 우리 같은 베트남 참전
용사들을 위해 기념관을 세우는 등 많은 신경을 써주는 곳이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댄의 과거를 알게 된 사람들이 그에게 연설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댄은 연설 직전의 리셉션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외워 두었던 원고를 모조리 까먹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성경책을
들고 연단으로 올라가 창세기를 끝까지 낭독한 다음, 민수기를 읽으려
하자 사람들이 마이크를 끄고 쫓아내 버렸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잠시 구걸을 하며 거지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
'근엄하지가 못한'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나는 댄에게 트리블 씨와 체스를 둔 것, 새우 장사를 해서 꽤 돈을 벌었던
것, 상원의원에 출마했던 것 등을 이야기했지만. 댄은 그런 것들보다는
라쿠엘 웰치에게 훨씬 더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 여자 젖가슴이 진짜 같더나?"
그럭저럭 사반나에서도 한 달 가량이 지난 모양이다. 그 동안 꽤 잘 지낸
것 같다. 나는 열심히 1인조 악단으로 연주를 했고, 수는 구경꾼들에게서
돈을 걷었으며, 댄은 구경꾼들의 구두를 닦아 주었다. 어느날 신문사에서
나왔다는 친구가 사진을 찍어가더니, 다음 날 1면에 우리 사진이 실렸다.
사진에는 '공공 공원을 배회하는 부랑자들' 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어느 날 오후 내가 연주를 하면서 슬슬 찰레스턴으로 올라가 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조그만 남자 아이가 하나 드럼 앞에 서서는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차를 타고 뉴올리언즈로' 라는 곡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그 꼬마는 웃지도 않고, 꼼짝도 하지 않고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 속에는 무언가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았고, 그걸 보니 뭔가 생각이 날듯 말듯 삼삼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구경꾼들 뒤편에 한 아주머니가 서
있었는데, 나는 그녀를 보는 순간 기절을 할 뻔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제니 커란이 거기 서 있는 것이었다.
파마를 해서 머리를 약간 말아 올려서 나이가 좀 든 것 같기는 했지만,
그건 틀림 없는 제니 커란, 바로 그녀였다.
나는 깜짝 놀라서 하모니카 음을 하나 빼먹긴 했지만 간신히 연주를
마쳤다. 그러자 제니는 꼬마의 손을 잡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 포레스트,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넌 줄 알았어. 세상에서 너만큼
하모니카를 잘 부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여기서 뭘 하고 있어?" 내가 물었다.
"우린 여기서 살아." 그녀가 대답했다.
"도널드는 타일 회사의 영업과장이거든. 앞으로 한 3년쯤 여기서 살게 될
것 같아." 내가 연주를 멈추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져 갔다.
제니는 내 옆에 앉았다. 꼬마는 수와 함께 놀고 있었는데, 수가
재주넘기를 해서 꼬마를 웃기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됐어?" 제니가 물었다.
"엄마 편지를 받아 보니 넌 베이유 라 바트레에서 새우 장사로 백만장자가
되었다고 하던데."
"얘기하자면 길어." 내가 말했다.
"설마 또 골치 아픈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포레스트?"
"천만에, 이번엔 그렇지 않아" 내가 말했다.
"넌 어때? 잘 지내니?"
"뭐 대충." 제니가 대답했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걸 얻은 것 같아."
"재는 니 아들이니?" 내가 물었다.
"응. 귀엽지 않니?"
"그래, 귀엽구나. 이름이 뭐니?"
"포레스트."
"뭐?"
나는 깜짝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 이름을 따서 니 아들 이름을 지었단 말야?"
"그럴 수 밖에 없었어." 제니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쨌거나
반은 네 아들이기도 하니까."
"반이 어떻다고?"
"재는 네 아들이야. 포레스트."
"내 뭐라구?"
"네 아들. 꼬마 포레스트."
나는 이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수 때문에 깔깔대고 박수를 쳐대는
꼬마를 바라보았다.
"너한테 얘기를 해야 된다는 생각도 해보았어." 제니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인디아나폴리스를 떠날 때 이미 임신을 하고 있었잖니.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넌 언제나 너
자신을 '저능아'니 뭐니 하고 불렀잖아. 나는 그저 그 아기를 잘 기르고
싶었어. 더러는 이 아기가 어떤 모습으로 자랄까 걱정도 했지."
"바보가 될까봐 걱정했다는 거야?"
"그래,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 제니가 말했다.
"하지만 포레스트, 재를 좀 봐. 너도 알 수 있겠지? 걔는 전혀 바보가
아니야. 요정만큼이나 똑똑하지. 금년에 2학년에 올라가는데, 작년에는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어. 믿을 수 있겠니?"
"내 아들이 틀림 없어?" 내가 물었다.
"그건 물어볼 것도 없어." 제니가 말했다.
"걔도 이담에 커서 미식축구 선수나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대."
나는 다시 한 번 그 소년을 바라보았다. 아주 튼튼하고 잘 생긴 아이였다.
맑은 눈빛에는 그 무엇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 아이는 이제 수와
함께 땅바닥에서 삼목 놓기를 하고 있었다.
"음..... "
내가 약간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너희......."
"도널드 말이니?" 제니가 말했다.
"그이는 너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몰라. 내가 인디아나폴리스를 떠난 다음에
그를 만났잖아. 그때 나는 다시 무대에나 설까 어쩔까 하고 있었는데,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더라구. 그이는 아주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나랑
꼬마 포레스트를 잘 보살펴줘. 집도 사고 자동차도 두대 있어. 토요일마다
바닷가나 시골 같은 곳으로 놀러가곤 해.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고.
도널드는 꼬마 포레스트를 대학에 보내야 된다며 열심히 저축을 하고
있어."
"잠깐 만나 봐도 될까? 그러니까 한 1,2분만?"
"물론이지." 제니는 그렇게 대답하며 소년을 불렀다.
"포레스트." 제니가 말했다.
"또 한 사람의 포레스트를 소개해 줄께. 엄마 옛날 친구야. 이 분 이름을
따서 네 이름을 지었단다."
소년은 다가와서 내 옆에 걸터앉았다.
"아저씨 원숭이, 참 재밌네요."
"저건 원숭이가 아니라 오랑우탄이야." 내가 말했다.
"저놈 이름은 수라고 한단다."
"'놈' 이라면서 어떻게 이름이 수에요?"
나는 그 말만 들어도 내 아들이 결코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엄마 얘기를 들으니 너는 커서 미식축구 선수나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며?"
"그럼요, 꼭 그렇게 될 거에요." 소년이 대답했다.
"아저씨도 미식축구이나 우주 비행사에 대해서 아는 게 있으세요?"
"그럼, 있지." 내가 말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너희 아빠한테 물어 보렴. 틀림없이 아빠가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계실 거다."
그러자 소년은 잠시 나를 껴안아 주었다. 한껏 힘을 준 다정스러운 포옹은
아니었지만,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수와 함께 좀더 놀고 싶어요."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벤치에서 뛰어내렸다. 수는 소년이 컵을 향해
동전을 던지면 중간에서 자기가 나꿔채는 놀이를 하자고 했다.
다시 제니가 다가와 내 옆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내
다리를 톡톡 두들겼다.
"가끔은 그 모든 것이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어." 제니가 말했다.
"우린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서로 알았으니,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나무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제니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고,
아마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가슴 저미는 그 무엇이 드러나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믿을 수가 없어." 제니는 그렇게 말하며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뭘?"
"바보라는 것." 제니가 말했다. 그녀의 입술이 심하게 떨렸다.
"바보가 아닌 사람은 누구지?"
제니는 그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벤치에서 일어나 꼬마 포레스트를
부르더니, 그의 손을 잡고 걸어가 버렸다.
수가 다가와 내 발 앞에 쪼그리고 앉더니, 땅바닥에다 삼목 놓기 말판을
그렸다. 내가 오른쪽 위편에 X를 놓았더니 수는 한가운데다 0를 놓았다.
아무도 이길 수 없는 판이었다.
그뒤 나는 몇가지 조치를 취했다. 먼저 트리블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우 장사에서 나오는 내 수익금 가운데 10퍼센트는 우리 엄마에게, 또
10퍼센트는 버바의 아버지에게, 그리고 나머지는 꼬마 포레스트를 위해
제니에게 주라고 부탁했다.
저녁을 먹고 난 다음 나는 밤새도록 앉아서 생각을 해보았다. 비록 그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어쨌건 나는 생각을 할려고 애썼다.
내가 한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제니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의' 아들을 키우고 있다. 어쩌면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두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렇게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단지 내가 바보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을 살다 보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그런 일 가운데 하나였다. 또한 나는 꼬마
포레스트를 위해서도 그가 제니랑 또 그녀의 남편이랑 같이 사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꼬마포레스트에게 훌륭한
가정에서, 제대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 꼬마 포레스트는
정신박약아 아빠를 두었다는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며칠 후, 나는 수와 댄을 데리고 사반나를 떠났다. 우리는 찰레스턴을
통해 리치몬드로, 거기서 아틀란타로, 다시 챠타구나와 맴피스와 내쉬빌을
거쳐 드디어 뉴올리언즈에 도착했다.
뉴올리언즈에서는 누가 무슨 짓을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 셋은 잭슨
스퀘어에서 각자 할 일을 하며, 또 다른 떠돌이들이 각자 자기네 재주
부리는 것을 구경하며, 우리의 삶을 살았다.
나는 양 옆으로 조그만 보조 의자가 달린 자전거를 한 대 샀다. 일요일이
되면 그 자전거에 수와 댄을 태우고 강으로 메기 낚시를 한다.
제니에게서는 한달에 한번 쯤 편지가 오고, 가끔 꼬마 포레스트의 사진도
끼어온다. 지난 번에는 조그만 미식축구 유니폼을 입은 포레스트의 사진을
받았다.
이곳에는 스트립 바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하나 있는데, 우리는 가끔
만나서 엉덩이를 맞댄다. 그녀의 이름은 완다이다. 나와 수와 댄은 툭하면
프렌치 쿼터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한다. 그곳에는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우리 말고도 좀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러시아 혁명 때
살아남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어느 날, 그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 하나가 찾아와 나에 대한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 자기가 본 사람들 중에 내가 가장 뛰어난
일인조 밴드라는 것이었다. 그는 내 인생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더니, 그는 절반도 듣지 않고는
그냥 가버렸다. 아무도 그따위 소리를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사로 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꼭 이야기해 두고 싶다. 가끔 밤중에 별을 올려다 보면, 또
그냥 그렇게 펼쳐져 있는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여러분은 아마 내가 아무
것도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지금도 다른 사람들처럼 꿈을 꾼다. 그것도 자주. 그렇지 않았더라면
내 삶이 어떻게 되었을 지를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갑자기 나는 마흔 살,
쉰 살, 예순 살이 된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어쩌면 나는 바보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떻게든 올바른 일을 하려고 애쓰며 살아왔다. 꿈은
그저 꿈일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 무슨 일이 일어났다 해도 나는
안다. 돌아보면 언제나, 적어도 지겨운 삶을 살아 오지는 않았다는 것을.
여러분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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